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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신사임당 다 어디로 갔나?

박은영 기자 dreamworker@businesspost.co.kr 2014-03-12 17: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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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신사임당 다 어디로 갔나?  
▲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

5만원권이 행방불명됐다.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만 40조 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도대체 그 많은 5만원 권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9년 6월 도입부터 5만원권은 ‘뜨거운 감자’였다. 물가상승 우려, 비자금 뇌물 탈세 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시선을 비롯해 소비활성화와 화폐 제조비용 감소 등 여러 시선이 공존했다.

5만원 권 발행 전에는 고액권이 없었다. 이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쓰는 10만원 짜리 수표 발행에 연간 2800억 원의 비용을 써야 했다. 5만원권이 10만원짜리 수표와 1만원권을 대신함으로써 화폐 유통이 훨씬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새로 찍어낸 화폐 9조315억 원 중 5만원권 신규발행액은 7조9147억 원으로 전체 증가 금액의 87.6%를 차지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늘렸던 2009년 발행액보다 37%나 많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많다. 그런데 돌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지난 1월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만원권 발행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40조6천억 원에 이른다. 

전체 발행 화폐 중에서 5만원권의 비중은 2/3 정도고, 장수로 따져보면 8억 장이 넘게 풀려 있다. 우리나라에 인구를 5천만 명으로 가정할 때, 한 사람이 5만원 권을 16장씩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결국 5만원권은 재산 많은 사람 중심으로 경제 곳곳에 잠기거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5만원 권이 지하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5만 원권을 지하창고, 장판 밑, 세탁기 이런 곳에 보관하다 훼손돼서 한국은행에서 교환해 간 액수가 7억8800백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314조 원이고, 이는 지난해 정부 예산인 325조 원과도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번째로 크다.

5만원권을 이용하면 편지봉투 하나에도 500만 원 이상을 담을 수 있어 뇌물로 쓰기에 용이하다. ‘007 가방’으로 불리는 서류가방에 1만원권으로 채울 경우 1억 원 밖에 담지 못하지만, 5만원권으로 채우면 5억 원을 담을 수 있다.

개인용 대형금고에 채울 경우 10억 원 이상도 보관이 가능하다. 5만원권을 활용하면 편지봉투 하나에도 500만 원 이상을 담을 수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작년 4월 최고위원회에서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세원발굴에 나서자 고액 재산가들이 5만원권을 현금다발로 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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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또 “개인금고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최근 20% 이상 증가했다는데 이는 5만원권을 엄청나게 찍어내지만 개인금고에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실제 5만원권이 쌓여 있는 현장을 급습하기도 했다. 국세청 조사관이 2012년 실시한 병원 및 사치업종 세무조사에서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병원 원장의 집에서 5만원권 다발 24억 원어치가 나왔다.

애초에 화폐제조비용이 감소할 것이란 긍정적 기대도 빗나갔다. 5만원권이 나오면서 신규 지폐 제조량이 5년 사이에 3분의 1 토막이 났고, 조폐공사는 60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제조해 한국은행에 공급한 지폐는 5억5천만 장으로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인 2008년(17억1천만장)의 32.2%에 불과했다.

5만원권이 지난해에 갑자기 더 많이 사라진 이유는 정부의 전방위적 세금 추징과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5년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7조 원을 마련한다고 공약을 세웠다. 김덕중 국세청장도 작년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세무조사 전문인력을 증원하고, 직원들에게 지하경제 추적을 위한 첨단 조사기법을 가르쳤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지난해부터 4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내려가면서 예금인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10억 원 이상 고액 예금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17조 원이 줄어들었다. 은행 이자를 받느니 세금을 덜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부터 은행에서 하루에 2000만 원 이상 현금을 입출금하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동 보고되면서부터 5만원권은 더욱 자취를 감췄다.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 개정에 따라 의심스럽거나 고액의 거래를 국세청에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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