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운명이 올해 1분기에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몸집을 줄이고 다른 조선사에 매각해 대형조선사 2사체제로  조선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말이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독자생존을 선택할 가능성에 갈수록 무게가 실린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독자생존으로 운명 바뀌나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올해 1분기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조선업 혁신성장방안’을 1분기 안에 마련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에 담을 것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문재인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규모를 줄인 뒤 다른 조선사에 매각할 것이란 시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끼리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해 조선업계를 재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해 대형조선사를 ‘2사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현장행보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최근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놓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4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해 대형조선사 2사체제로 재편하는 것을 놓고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등 고용안정을 중시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을 경쟁사에 매각하면 추가적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 기조와도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거명되는데 이들의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점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분기에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영업손실 730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사가 자체적으로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각각 1조3천억 원,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독자생존으로 운명 바뀌나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재무상태가 건전한 편이었고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도 흑자로 전환했다”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차입금을 갚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중공업은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계획안을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시점보다 빨리 이행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자구계획안 이행에 갈 길이 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둘 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야 인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황 회복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일감 부족으로 도크 폐쇄, 가동중단 등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조선사를 2사체제로 재편한다는 말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아니라 조선3사의 몸집줄이기로 해석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조선3사의 규모를 과거 두 회사를 합친 것만큼 줄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측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3사 직원 수는 조선업 불황이 닥치기 전인 2012년에 모두 5만2500여 명 정도였지만 2017년 3분기 말 직원 수는 3만71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직원을 최대 3천 명 더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3사 규모가 과거 대형 조선사 2개를 합친 것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