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과 조원동 "박근혜가 CJ그룹 이미경 퇴진 요구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손 회장은 2016년 말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손 회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와 관련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진술했다. 

손 회장은 검찰이 "2013년 7월4일 조 전 수석과 만나 '이미경 부회장을 경영에서 손 떼게 하라'는 말을 들었느냐"고 묻자 "그렇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조 전 수석이 당시 누구 지시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의 뜻으로 알아들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내심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생각할 때 그럴 수가 없어 이 부회장의 의사를 물어보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기업인의 사퇴에 관여할 권한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손 회장은 다시 "네"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당시 손 회장에게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공백이 있으니 CJ 경영에 전념해 달라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사임하라'고도 요구했다.

조원동 전 수석도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조 전 수석은 손 회장과 대화 이후 그로부터 "VIP 말을 전하는 것이냐"라고 다시 묻는 전화를 받고 "확실하다, 직접 들었다"고 확인을 해줬다고 했다.

검찰이 이 통화에서 '(이미경 부회장 퇴진이)너무 늦으면 저희가 진짜 난리 난다, 지금도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그냥 쉬라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사실인지 묻자 조 전 수석은 "그렇다"면서도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이후 손 회장과 전화 통화가 녹취록을 통해 알려지자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았고 '대통령의 뜻을 팔았느냐'는 추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조사를 받고 1주에서 2주 정도가 지난 뒤 박 전 대통령이 전화로 'CJ 일을 왜 그렇게 처리했냐'며 질책했다고도 인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