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입찰 후보들이 비교적 낮은 인수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등에서도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1월 중순에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진행하고 2월경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 후보들을 보면 국내에서는 호반건설, 해외에서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적정 매각가격을 얼마로 보는지가 본입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결정한 최저 매각예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제시되지 않으면 본입찰이 유찰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의 매각을 추진했을 때 적정 매각가격으로 2조 원 이상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정상화 과정에서 3조 원가량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해외수주 등에서 호조를 보여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호반건설은 예비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인수가격으로 1조4천억 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은 외국계 자본인 점이 걸림돌로 꼽히는 데다 이들도 2조 원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주가가 오를 경우 전체 매각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의 가치는 1조3천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는 매각절차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7천 원대였지만 12월 들어 5천 원대로 떨어졌다. 지금은 5일 종가 기준 6140원으로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여전히 낮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 본입찰 일정을 지난해 12월에서 1월 초로 미뤘다가 중순으로 한 차례 더 늦췄는데 매각가격 문제가 고려됐다는 말도 나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최저 매각예정가격을 2조 원 이상으로 결정할 경우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다음 매각 시도가 한동안 힘들어질 수 있다.
산업은행 이사회가 2016년 10월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팔기로 결정했지만 주가 등의 문제로 구체적 매각작업이 미뤄지다가 1년 후에야 제대로 시작되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으로 투자한 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국책은행인 만큼 경영 정상화된 대우건설에 알맞은 주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는 3일 보도자료에서 “3조 원대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대우건설을 서둘러 매각하면 공적자금 대비 막대한 손실이 생긴다”며 “‘헐값 논란’이 불거진 만큼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데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지난해 12월 쟁의행위를 결정했을 때 매각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비난했다. 노조는 조만간 회사의 투명한 매각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