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장은 권오갑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현대로보틱스)로 옮기면서 현대중공업 단독 대표이사로서 보폭을 넓힌다.
강 사장은 현대미포조선에서 노무관계 안정화의 공을 인정받아 현대중공업 사장에 오른 만큼 이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말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을 놓고 겨우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놓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조가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노조는 상여금 800% 전부를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1월분까지 수당을 놓고 소급해 적용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는 6295억 원을 감당해야 한다.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을 놓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증명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 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도록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흔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여부에서 재판결과가 갈려 1심은 노조가 일부 승소, 2심에서는 회사가 일부 승소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자구계획안을 모두 이행하긴 했지만 후판 등 선박용 철강재 가격 인상과 환율 영향 등으로 지난해 4분기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적용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통상임금 소송의 고비를 넘긴다면 강 사장은 노사관계를 어느 정도 매듭짓고 신규수주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선주 신뢰 회복할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중장기적 앞날을 놓고 방향이 불확실해 선주들이 선뜻 일감을 맡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히 높다.
이를 놓고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대우조선해양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 등 재무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이 있어 수주를 놓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불확실해 해양플랜트 등 여러 해 공사해야 하는 일감수주전에서 선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규모 축소, 재편, 매각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데다 채권단의 관리감독이 강화한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기간도 길고 계약규모도 큰 해양구조물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등을 놓고 장기적 수주정책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새 출발 기반 마련할까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삼성중공업 구조조정을 끝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에 성공한다면 삼성중공업은 차입금을 크게 줄이면서 시장의 우려를 크게 덜어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남 사장은 2018년 임원인사에서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에 올랐다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가리지 않고 생산현장을 관리해와 고객과 접점도 많아 영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채권단에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약속하고 2017년 9월 기준을 약 65%를 이행했다.
삼성중공업이 나머지 자구계획을 이행하며 구조조정작업을 끝내기 위해 남 사장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직원 수가 1만1300명 정도인데 앞으로 3천 명을 더 내보내야 할 수도 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 사장이 이런 작업을 끝내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중공업이 2018년 5월까지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끝내고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2017년과 2018년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금융기관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영업손실 4900억 원, 2018년 영업손실 240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만기가 도래하는 순차입금 규모가 약 1조6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빚을 갚기에 영업활동으로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이 썩 넉넉한 편이 아니다.
남 사장이 유상증자와 구조조정작업을 무사히 끝낸다면 올해를 불황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긴 흐름에서 불황의 끝자락을 다 지나며 불황의 잔재 청소를 끝냈다”며 “계단식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을 삼성중공업이 모두 다 토하면서 오롯이 2018년 업황 회복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