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거둘 실적을 놓고 증권회사들의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LCD패널 가격하락과 올레드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성장이 예상되는 대형 올레드패널에서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주요고객사인 LG전자의 올레드TV 사업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LG디스플레이는 실적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간에 진입했다”며 “올레드패널의 사업 경쟁력 확보 여부가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47% 낮춘 71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실적추정치와 비교해 약 73% 급감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패널의 가격하락은 이전부터 예상돼왔던 문제다. 하지만 최근 실적전망과 주가에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사업의 불확실성이 추가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애플 아이폰용 올레드 공급업체로 신규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으며 최근 주가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올레드사업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생산수율이 아직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부진한 수준인 데다 내년부터 공급과잉으로 올레드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글로벌 패널업체들의 플렉서블 올레드 생산량이 수요를 크게 웃돌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이외 후발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형 올레드패널 사업전망은 점차 밝아지며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레드TV의 지속흥행으로 패널 수요가 늘어나며 LG디스플레이의 독점효과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당분간 LG디스플레이만 공급이 가능한 올레드 TV패널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내년 출하량이 올해보다 87% 급증하며 유리한 사업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수요증가에 대응해 실적을 계속 늘리기는 한계를 맞을 수 있다.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새로 가동이 예정된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부진으로 투자 부담이 커진데다 중국 대형 올레드공장 증설시기도 계속 늦춰지고 있는 만큼 수요증가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LG디스플레이가 결국 대형 올레드패널의 제한적 물량으로 최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LCD와 중소형 올레드의 실적부진을 효과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TV패널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는 주요고객사 LG전자의 사업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TV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려 전 세계에서 공격적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보급형 올레드TV 라인업 출시를 늘리는 등 대중화에 집중한 판매전략을 이어왔다.
하지만 LG전자가 중저가 올레드TV 판매를 확대할수록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가격에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결국 LG전자가 내년부터 다시 고가제품 중심으로 올레드TV 사업전략을 선회하며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레드TV는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잡으며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가 보급화 전략에 나서야 할 부담이 적어진 데다 고가제품 판매비중이 늘면 LG전자도 영업이익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레드TV패널 공급은 고객사의 출시계획에 따라 제품 라인업마다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고가 올레드TV 출시가 늘어날수록 LG디스플레이가 고부가패널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유 연구원은 내년부터 LCD 가격하락세도 어느 정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TV패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낮춰 공급할 이유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