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가 꾸려질 경우 삼성전자와 비슷하게 기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들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계열사 ‘소그룹 컨트롤타워’ 세워지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의 임원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삼성 금융계열사 임원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리는 절차를 밟아야하는 만큼 2주가량이 지난 뒤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전자계열사에서 60대 사장들이 퇴진하고 50대 사장들이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만큼 삼성 금융계열사 인사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금융계열사 수장 가운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은 60세를 넘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58세다.
일부라도 수장의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임원인사와 맞물려 삼성 금융계열사의 현안을 총괄할 ‘소그룹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작은 미래전략실'로 평가되는 ‘사업지원TF’를 만들고 전자계열사의 공통현안에 대응하고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내는 중책을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에게 맡겼다.
2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소그룹형태로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경우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과 보험업법 개정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계열사끼리 협의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굵직한 사안들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세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전실 출신’ 임원들, 컨트롤타워로 다시 복귀하나
금융계열사의 현안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경우 기존에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을 거친 주요 임원들이 컨트롤타워를 이끌 수장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기 전에 삼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조직이다.
▲ 임영빈 전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장.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주요 금융계열사 수장 가운데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사장의 경우 삼성화재 사장에 오르기 전에 삼성생명에서만 20년가량을 근무해온 데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생명 금융사장단 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금융계열사 전략수립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했다.
안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재용 체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그룹 인사기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존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이 인사권과 경영권까지 행사했던 것과 달리 소그룹 컨트롤타워는 사업전략과 기획을 세우는 제한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 사장급의 거물인사가 자리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퇴임했던 임영빈 전 금융일류화추진팀장(부사장)이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를 이끄는 중책을 맡아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 올해 초 임 전 부사장과 함께 퇴임했던 정현호 사장이 현역으로 다시 복귀한 것과 비슷한 행보인 셈이다.
임 전 부사장은 2013년 말부터 금융일류화추진팀을 이끌며 ‘금융지주회사 전환’, ‘보험계열사의 자본확충 계획 마련’ 등 금융계열사의 핵심사안을 지휘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임 전 부사장이 올해 60세인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전략실 출신 전무, 상무급 인사들이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삼성 금융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인사들을 살펴보면 유호석 삼성생명 전무와 이승재 삼성생명 전무, 장석훈 삼성화재 전무, 박종문 삼성생명 상무, 남대희 삼성생명 상무, 최인철 삼성생명 상무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 정기임원 인사에서 정현호 사장뿐 아니라 강창진 전무와 이왕익 전무, 최진원 전무, 안덕호 전무 등 과거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의 입지가 커졌다”며 “삼성 금융계열사 인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