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이 회사를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로 키우기 위해 초석을 쌓고 있다.
투자금융(IB)분야의 강점을 갈고 닦으면서 회사의 자기자본을 4조 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2242억 원을 보유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격요건을 맞췄는데 앞으로 몸집을 더욱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을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다. 이 사업자로 지정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 기업신용공여 등 새로운 투자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6위다. 앞선 5곳은 4조 원 이상인 자기자본을 토대로 최근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로 지정되면서 외환환전업무 등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면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기업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로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인가도 받아 자금을 더욱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최 사장은 자기자본을 당장 추가로 늘리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런 업무적 차이 등을 감안하면 메리츠종금증권도 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 사장은 일단 2020년까지 국내 부동산금융을 기반으로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트레이딩사업 등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자기자본을 차근차근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선진국뿐 아니라 브라질 인도 터키의 부동산시장에도 진출하겠다”며 “기업에 인수합병용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 사업도 본격 확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3월에 독일 전자상거래회사 잘란도의 베를린 신사옥 인수를 결정하는 등 해외부동산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항공기와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투자도 키우고 있다. 7월에 골드만삭스에서 인력을 영입해 파생운용본부를 만들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과 주식트레이딩 업무도 강화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상반기에 트레이딩부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7% 많은 영업수익을 거뒀는데 최 사장이 추진한 약점 보완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려 부동산금융 외에 기업신용공여, 인수금융, 모험시장의 자본공급 등을 폭넓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신청했는데 허가가 나오면 기업금융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통해 기업자금대출 등 신용공여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2020년 4월에 라이선스 기한이 끝날 경우 이와 관련한 수익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해 만회할 수 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회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신용공여사업의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최 사장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위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확대를 주도하면서 부동산금융사업의 잠재적 골칫거리였던 우발채무 문제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우발채무는 당장은 빚이 아니지만 상황이 특정한 조건에 맞아 떨어지면 채무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해 미분양 사태가 터질 경우 우발채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상반기 기준으로 자기자본과 비교한 우발채무비율 159.76%로 집계됐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0%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회사채 발행과 메리츠캐피탈의 자회사 편입 등으로 자기자본이 대폭 늘어난 반면 우발채무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보증 규모도 커지는 부담이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 자기자본을 늘려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