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1-03 15: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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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기업 넥솔론이 청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넥솔론은 한때 세계적 태양광발전설비 부품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아 몇 년째 쇠락의 길을 걸었다. 수차례 시도한 매각작업이 불발되고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살아날 방법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 이우정 넥솔론 법률상 관리인 대표이사.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8일까지 넥솔론의 회생계획안 폐지신청을 놓고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받기로 했다.
회생계획안 폐지 여부는 회사가 신청한 뒤 2주 정도 안에 결과가 나와 11월 중순에 넥솔론의 생사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넥솔론이 스스로 회생계획안 폐지를 신청했기 때문에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익산시는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등과 2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넥솔론 직원을 대상으로 재취업, 전직지원서비스, 실업급여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넥솔론이 사실상 청산될 것으로 바라보고 지역사회가 넥솔론 직원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넥솔론 직원들은 법원의 가동중단 명령에 따라 9월부터 공장을 돌리지 않고 기계 등 장비만 정비하고 있다. 넥솔론이 청산돼 공장부지와 기계장비 등 자산이 따로 매각될 것을 대비해 정비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넥솔론 노동조합과 상급노조인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은 최근까지도 정부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로부터 화답을 받지 못했다.
전국화학노조연맹은 9월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정책을 강조했지만 현재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넥솔론 정상화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넥솔론 노조도 청와대 앞에서 9월부터 10월까지 넥솔론 지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넥솔론을 향한 정부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넥솔론의 모기업인 OCI도 넥솔론을 추가지원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황에서 정부지원은 마지막 동아줄이었는데 이 줄마저 끊어진 셈이다.
넥솔론은 이우정 대표이사가 2007년 태양광웨이퍼 제조기업으로 설립한 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영업이익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넥솔론은 당시 태양광발전시장이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지만 중국 태양광기업들이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출혈경쟁으로 내몰렸다.
넥솔론은 2011년부터 이어진 적자를 견디다 못해 2014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올해까지도 네 번이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올해 3월에는 자본금도 전액잠식되면서 상장폐지됐다.
▲ 이우현 OCI 사장.
넥솔론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대표의 거취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이우현 OCI 사장의 동생이다. 넥솔론이 청산되면 이 대표가 이우현 사장의 OCI 경영을 도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OCI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넥솔론을 통해 태양광 웨이퍼업계에서 10년 동안 몸을 담았던 만큼 이 부문에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아 OCI의 태양광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OCI그룹 계열사였던 불스원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적이 있다. 하지만 불스원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인수해 현재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 대표가 이른 시일 안에 OCI 경영참여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넥솔론이 청산되면 이 대표가 경영능력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는 데다 여기에 따른 비판과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OCI의 태양광사업 등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 없다는 점도 이 대표가 OCI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