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뉴스 재배열 논란으로 훼손된 네이버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뉴스와 검색어 순위를 임의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최근 네이버스포츠의 뉴스 재배치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신의 시선도 더 커졌다.

◆한성숙, 뉴스 재배치 논란 진화 위해 거듭 사과

한성숙 대표는 26일 2017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드러난 네이버스포츠 뉴스배열 조작에 대해 사과드리고자 한다”며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네이버가 그동안 약속해온 투명성이 훼손됐고 이와 관련해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한성숙, 인공지능 뉴스배치로 네이버 불신 씻어낼 수 있을까

▲ 한성숙 네이버 대표.


한 대표는 “현 사태를 엄중히 보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 플랫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요청을 받고 특정 기사를 이용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은 곳에 임의로 재배열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감사결과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네이버가 약속해 온 투명한 서비스 운영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파문은 만만치 않다. 네이버뉴스도 조작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콘텐츠사업을 하는 네이버스포츠와 달리 네이버뉴스는 외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네이버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네이버의 뉴스배치 조작사태는 포털이 뉴스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난 대국민 사기극이자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30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의 뉴스배치 조작의혹과 관련해 포털 규제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화살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유럽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다시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이 이 때도 불출석하면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다.

◆한성숙, 신뢰도 회복 성공할까

네이버는 국내 포털시장 점유율 70%를 웃돌 정도로 독점하고 있다. 뉴스유통창구로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매체를 합산해 조사한 ‘2016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는 20.8%로 여론형성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뉴스매체로 조사됐다.

네이버뉴스의 영향력 때문에 그동안 네이버가 여론조성을 위해 뉴스 배치를 조작한다는 의심도 끊이질 않았다.
 
한성숙, 인공지능 뉴스배치로 네이버 불신 씻어낼 수 있을까

▲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나와 한 직원이 네이버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막았다”며 “네이버는 평정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최순실 특검이 압수한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폰에서도 네이버에 뉴스 재배치를 청탁한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다.

네이버는 뉴스뿐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 순위, 쇼핑과 부동산 서비스의 검색결과를 조작한다는 의혹도 꾸준히 받아왔다.

한성숙 대표는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이런 의혹이 네이버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선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노출을 기존 1위~10위에서 1위~20위까지로 확대하며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뉴스와 검색결과 편집과 관련해 ‘인공지능’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편집자의 임의편집 비율을 최소화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올해 2월 뉴스화면에 인공지능이 뉴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인 ‘에어스(AiRS)’를 도입했고 이후 연예와 스포츠로도 서비스를 확대했다.

한 대표는 이번 네이버스포츠 뉴스배치 조작과 관련해서도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기사를 배치하는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해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네이버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연예뉴스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 데 일부에서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며 “뉴스나 상품검색 등에 개인추천기능을 넣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모든 것에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아직 초기단계 수준으로 더 많은 이용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