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에서 물러나는 박동훈, 정말 자동차업계 떠날까

▲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박동훈 사장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르노삼성자동차로 옮길 때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박 사장이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에서 물러났다. 9월만 해도 “QM6 가솔린모델을 통해 ‘SUV=디젤’이라는 공식을 깨겠다"며 각오를 보였는데 전격적인 사임이었다.

박 사장의 도전은 정말 이대로 끝나게 될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르노삼성차 대표에서 물러난 뒤 향후 어디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사장은 31일자로 르노삼성차 대표에서 물러난다. 르노삼성차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대표에 오른 뒤 1년6개월여 만에 이뤄진 갑작스런 사임이다.

이번 사임이 사실상 은퇴선언과 다름없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박 사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건강상의 문제와 개인적 일로 물러날 뜻을 전달해 르노삼성차 본사 측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30년 가까이 몸담은 자동차업계에서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의 '자동차 열정'을 감안하면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을 손에서 놓고는못 견딜 인물이 박 사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있겠나”며 “자동차업계에서도 박 사장을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국내에서 수입차와 완성차회사에서 모두 사장을 지낸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만큼 박 사장을 찾을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자동차업계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1989년 한진건설에서 볼보사업부를 맡으면서 처음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사업을 맡은 첫 해에 전년보다 2배에 가까운 판매 성적을 냈다. 볼보에서 보낸 마지막 해인 1994년에 볼보는 한국시장에서 판매 2위까지 치고올라갔다.

2001년부터 폭스바겐과 아우디 공식 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매년 2배씩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2005년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설립되면서 초대 대표에 올랐다. 해치백의 무덤으로 이름났던 국내에 해치백 골프를 들여와 해치백 돌풍을 일으켰다.

박 사장이 르노삼성차 영업본부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아우디폭스바겐 연간 판매량은 8년 동안 10배가 넘게 늘었다.

르노삼성차에서도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현대기아자동차 독무대인 내수시장에서 QM3, SM6, QM6 등을 계속 히트 자동차로 만들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국인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은 2000년 르노삼성차 출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박 사장은 평소 ‘영업은 낚시가 아니라 사냥’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박 사장이 정말 사냥터를 떠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