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것’ 촬영장에서 (왼쪽부터) 정정훈 촬영감독과 박찬욱 감독, 영화 프로듀서인 바바라 무시에티.
정 감독은 ‘그것’의 쵤영을 맡아 섬뜩함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그것’은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인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북미 오프닝 기록이 무려 1억2300만 달러다. 역대 9월 개봉작 중 최고성적일 뿐 아니라 호러영화 신기록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의 참여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촬영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그것’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살인자의 기억법’의 뒤를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정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깊다. ‘올드보이’와 ‘아가씨’ 등 박 감독의 작품 대부분에서 촬영을 맡았다.
할리우드에도 201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를 통해 입성했다. 이후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블러바드(2014년)’,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이었던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2015년)’ 등에 참여했다.
아가씨 촬영을 마친 뒤 다시 할리우드로 건너가 ‘’호텔 아르테미스’, ‘커런트 워’, ‘그것’ 3편을 연달아 작업하며 세계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것’을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먼저 이번 촬영을 제안했다. 올드보이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것’과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해 정 감독에게 연락한 것이다.
▲ 영화 '그것'의 한 장면.
스티븐 킹의 1986년 동명소설이 ‘그것’의 원작이다. 배경은 1989년,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사라지는 마을 ‘데리’다.
소년 빌은 1년 전 종이배를 들고 나갔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 ‘루저 클럽’ 친구들과 숲으로 향한다. 루저 클럽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 일곱 명의 모임이다. 숲에서 이들은 27년마다 마을에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광대 페니와이즈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것’은 특정할 수 없는 추상적 공포를 뜻한다. 페니와이즈는 주로 광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모습은 아니며 아이들은 저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다른 형상으로 페니와이즈를 본다.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잔인한 묘사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정말 잔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잔인해야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어린시절 부딪혀야하는 여러 형태의 공포를 그린 성장영화"라고 표현했다.
정 감독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6년 영화 ‘유리’의 촬영감독으로 데뷔했다. 2004년 ‘올드보이’로 제5회 부산영화 평론가 협회상과 제12회 춘사영화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강렬한 화면 구성과 영상미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그것의 대성공으로 할리우드에서 이름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6월 김기독 감독과 함께 미국 최고권위의 영화시상식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