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기업공개 봇물, 젊은 후계자들 경영 주도  
▲ (왼쪽부터)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 나성훈 예림당 대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비교적 ‘젊은’ 오너 2~3세의 경영참여도 두드러진다.

항공업계 재편과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돼온 ‘맞수’ 대결에서 ‘다자’ 경쟁구도가 될 수도 있다.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저비용항공사(LCC)의 기업공개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적 저비용항공사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곳은 현재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하지만 실적성장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항공기 도입 등을 위해 기업공개를 서두를 곳이 여럿 꼽힌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가 두번째로 상장할 기업으로 꼽힌다. 진에어는 4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기업공개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부산도 기업공개를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하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내년 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기업공개에 적극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저비용항공은 국내선에서 56.8%, 국제선에서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늘어난 점유율만큼이나 업체 수도 늘어나 성장기반을 닦을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출범연도가 늦은 만큼 오너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가 사실상 많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공개 등을 통해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경영참여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최근 저비용항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오너2~3세 경영인으로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이 꼽힌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던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6월 물러났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전문경영인인 최정호 사장의 단독대표체제로 바뀌었지만 조현민 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현민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1남2녀 가운데 막내로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전면에서 물러난 뒤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 부사장은 올해 33세인데 부사장으로 승진해 '젊은' 이미지를 진에어에 입히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땅콩회항' 사건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구설에 오르는 등 항공업계에서 부정적인 평판도 따라다닌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항공업계 오너 동갑내기 3세인 조원태 사장의 라이벌로 꼽히는데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인 에어부산 경영에 직접적으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 등 그룹 현안이 마무리되고 에어부산이 상장을 통해 저비용항공업계에서 자리를 굳힐 경우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업계에서 나온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저비용항공업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모그룹인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대표가 전문경영인인 최규남 사장과 함께 출범 이후 급성장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티웨이항공은 ‘WHY’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 예림당에서 운영하는 저비용항공사다. 나춘호 회장의 장남인 나성훈 예림당 대표이사 사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전문경영인인 정홍근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성훈 사장은 1970년 생으로 예림당과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티웨이홀딩스를 통해 티웨이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상장사인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실적과 연동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티웨이항공이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내면서 예림당 주가는 연초와 비교해 7월 현재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나 사장은 예림당 지분 9.63%로 나춘호 회장(31.47%)에 이어 개인 2대주주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