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흥행 독주에 '옥자'가 남긴 아쉬움  
▲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 스틸이미지.

폭염과 장마가 일찌감치 찾아왔지만 7월 극장가는 아직 비수기다. 마블판 히어로무비 ‘스파이더맨:홈커밍’이 비수기 극장가를 독차지했다.

한국영화 화제작 ‘박열’과 ‘옥자’가 나름 선전을 펼치지만 슈퍼 히어로의 종횡무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 누적 관객수 448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열도 이날 기준 200만 명을 넘겼지만 예매율이 눈에 띄게 꺾이면서 스파이어맨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마블판 히어로무비 ‘스파이더맨:홈커밍’과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다.

400만 명을 돌파하며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독주하는 스파이더맨과 멀티플렉스의 훼방을 뚫고 겨우 관객들과 만나며 극장 관람객 기준 23만 명을 넘기고 있는 두 편이다.

제작비를 놓고 봐도 역시 단순비교가 어렵다. 스파이더맨은 마블스튜디오가 제작비 1억7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옥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56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영화산업이 말 그대로 글로벌해진 마당에 국적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스파이더맨 원산지가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헐리우드라면 옥자는 좋게 말해 다국적, 뒤집어 말하면 무국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만 더 비교해 보자면 이번에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존 왓츠 감독은 1981년 생으로 공포 장르물과 드라마까지 포함해도 7편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비교적 ‘풋내기’다.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과 함께 한국인으로는 해외에서도 통하는 명감독 소리를 듣는 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외적 조건을 놔두고 영화 자체의 콘텐츠 자체만 놓고 보면 옥자의 경쟁력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마다 호불호가 엇갈릴 테지만 재미면에서 스파이더맨에, 의미면에서 한국영화 경쟁작이었던 박열에 못 미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옥자는 크게 보아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사와 한국의 산골소녀 미자의 대립구도로 짜여졌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슈퍼돼지를 양산해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탐욕에 맞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지만 반려동물이나 다름없는 옥자를 지키려는 소녀의 순수성의 대결이다. 미국 뉴욕과 한국 강원도 ‘깡촌’이 배경으로 교차하고 미자의 고군분투 모험담에 국적불명의 동물애호단체가 부차적으로 끼여들기도 한다.

이런 선악의 대립구도는 그다지 새로울 리 없다. 헐리우드 상업영화에서 무한반복됐고 스파이더맨의 출생지인 마블판 히어로 무비들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봉준호 영화답게 옥자에서도 이항 대립구도에서 약간의 변주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옥자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뉴욕까지 날아가는 미자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닭백숙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 옥자를 구해내는 방편도 금돼지와 맞바꾸는 교환으로 마무리됐으며 옥자를 제외한 나머지 슈퍼돼지들은 그대로 도축용 벨트에 오를 뿐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흥행 독주에 '옥자'가 남긴 아쉬움  
▲ 봉준호 감독.
동물애호단체 요원들도 미자편에 설 법하지만 지나치게 희화화된 나머지 순수성과 진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요원의 캡틴은 동물은 물론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폭력을 거부한다는 전통을 앞세우지만 거짓으로 통역한 동료에게 발길질로 가차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옥자는 한국영화 제작규모에 비하면 비교적 대규모인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고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란 점에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나머지 표면적인 서사가 너무 뻔해졌다. 전하려는 메시지만 강렬하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촘촘한 연결고리 없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봉테일'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감독 특유의 캐릭터와 장면의 디테일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부담스럽다. 물론 이런 실망은 옥자가 개봉 전 너무 ‘소문난 잔치’였던 탓에 감당해야 할 몫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더맨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히어로의 공식을 따르되 답습하지 않는 캐릭터의 변주가 오락영화로서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덕에 스파이더맨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톰 홀랜드는 마블판 첫 틴에이저 히어로가 되면서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리게 됐다.
 
더욱 젊어지고 친근해진 캐릭터의 변화만으로도 스파이더맨은 선과 악의 대결이란 대립구도를 넘어 평범한 인간과 인류를 구원해낼 슈퍼히어로 사이의 정체성, 정의에 대한 신념과 일상적 욕망 사이의 혼란 등을 친숙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