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손자회사인 STX프랑스를 매각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프랑스는 6월에 의회선거를 실시하는데 프랑스 유일의 군함건조 조선사인 STX프랑스의 매각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맞설 가능성이 높다.
|
|
|
▲ 장윤근 STX조선해양 법정관리인. |
12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STX프랑스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방안이 6월 열리는 프랑스 의회선거에서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핀칸티에리는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트리에스테에 본사를 둔 크루즈선박 제조기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 초에 핀칸티에리를 STX프랑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다.
핀칸티에리는 STX프랑스의 인수와 관련해 프랑스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작업에 매달려왔다. STX프랑스가 항공모함 등 방산사업을 하는 프랑스 유일의 조선소이기 때문이다. STX프랑스의 지분은 STX조선해양의 자회사인 STX유럽이 66.7%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3.3%는 프랑스정부가 가지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프랑스 내부에서 매각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4월 초에 핀칸티에리가 STX프랑스의 지분을 50% 미만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최근 대통령선거를 치른 데 이어 1달 뒤에 의회선거도 실시하면서 STX프랑스의 매각여부가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STX프랑스의 인수를 승인하면서 핀칸티에리가 방산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큰 틀을 세웠다. 그러나 프랑스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프랑스정부가 STX프랑스를 국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STX프랑스가 프랑스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매각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STX프랑스는 1860년대에 설립된 ‘생나제르 조선소’를 모태로 한다. 과거 STX그룹이 조선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009년에 STX조선해양에 인수됐다.
프랑스 인접국가인 이탈리아가 STX프랑스를 인수하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인수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랑스 대선 과정에서도 STX프랑스의 매각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후보는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열린 TV토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부장관을 지낸 마크롱이 프랑스 생나제르 조선소(STX프랑스)를 이탈리아 조선기업에 팔아넘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정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STX프랑스의 매각승인 문제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당선인은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6월에 치러지는 의회선거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롱 당선인에 대항하는 정당들이 STX프랑스 매각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경우 핀칸티에리의 인수를 승인하기로 한 사항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프랑스 현지 조선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