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 기획실장이 경영능력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노사는 통상임금이나 기본급 인상 등 핵심쟁점을 제외한 채 단체협약안을 놓고 협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9년 동안 무파업 기록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이전과 상당히 다르다.
회사는 정기상여금 800% 가운데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기본급 3만7천 원을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3만2013원 인상과 함께 정기상여금 전체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2001년 6월 이후 13년 만이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94년 총파업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는 셈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는 19일까지 매일 집중교섭을 해야 한다. 노조는 19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권오갑 사장은 취임하자 곧바로 노조를 찾아 정병모 노조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노사갈등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권오갑 사장은 16일 사내소식지에 게재된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미래를 바라보자”고 주문했다.
권 사장은 “열악한 조건이었던 현대오일뱅크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조직력으로 동종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노사 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노사 편가르기는 그만 두자”고 말한 뒤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현대중공업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권 사장은 또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도 예고했다.
그는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며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성패는 리더에 달려 있는 만큼 리더들이 수비적 자세를 버리고 정면승부를 통한 돌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있을 당시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했다.
2011년 설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는 회사에 임금협상을 전적으로 위임했고 권 사장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진돗개 2마리를 노조에 선물했다. 진돗개는 신뢰와 희망의 상징이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9월2일 사내 노조 건물 앞에서 조합원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4년 임단협 경과 보고대회를 가졌다.<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