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가 821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예산안을 내놓으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민생 안정에 재정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비롯한 첨단 수출산업 육성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 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 금융권에 새로운 사업 기회뿐 아니라 전략적 과제도 안기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투입되는지에 따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821조 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와 뷰티, 정책금융과 건설 인프라 등 주요 산업 및 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측한다. 또 정부의 재정 투입이 실제 민간 투자와 산업 성장의 마중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요 기업 경영진이 새롭게 열린 기회와 달라진 정책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21.3조, 삼성 이재용 '반도체·로봇' 성장엔진 가속
② 정부 내년 첨단바이오 R&D에 2.2조, 서정진 셀트리온 신약 25종 개발 힘 받는다
③ SK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정부가 판 깐다, 최태원 'AI 밸류체인' 투자 회수 빨라지나
④ 산업은행 박상진, 조 단위 재정 마중물 받아 국민성장펀드 연간 40조 규모로 키운다
⑤ 내년도 피지컬 AI 예산 3조1천억, LG 구광모 '로봇 영토' 확장 속도낸다
⑥ 국토부 '역대급 예산'에도 SOC 동결 가덕도는 삭감, 대우건설 사업성 셈법 복잡해져
⑦ 정부 AI데이터센터·소버린 AI 판 키운다, 네이버 이해진 AI 신사업 승부수 탄력
⑧ K뷰티 수출 판 키우는 정부, 이병만 코스맥스 2천억 투자로 생산 받친다
⑨ 전기차 보조금 '역대 최대' 2.1조 편성, 정의선 전기차 향한 뚝심 결실 맺는다
⑩ 금융위 '서민생활 안정' '청년 지원' 예산 대폭 확대, 시중은행 포용금융 힘 실린다

[821조 슈퍼예산①]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21.3조, 이재용 삼성전자 '반도체·로봇' 성장엔진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AI' 연구개발 예산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로봇'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제미나이가 생성한 AI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미래산업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존 주력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로봇 사업에도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027년 '3대 메가프로젝트+AI' 예산을 올해 10조8천억 원에서 21조3천억 원으로 97.2%나 늘리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피지컬 AI, 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연구개발(R&D)에만 5조8천억 원이 투입된다.

2027년 정부의 전체 R&D 예산도 39조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1.2% 증가한다. 최근 20년 동안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인 7.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정부의 R&D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평가되는 분야다.

정부는 2027년 반도체·디스플레이 R&D에 1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 R&D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관련 예산은 올해 1조3천억 원에서 내년 3조4천억 원으로 2.6배 확대된다.

특히 서남권과 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망 구축에 1조5천억 원, 용수시설 구축에 4천억 원을 투입하는 등 생산 인프라 확보를 지원한다.

이 같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삼성전자가 평택과 용인 등에 이어 호남권까지 반도체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팹 2기씩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2028년부터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첫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821조 슈퍼예산①]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21.3조, 이재용 삼성전자 '반도체·로봇' 성장엔진 가속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6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AI 산업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규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월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전력·용수 등 반도체의 필수 인프라와 인력 확보, 정주 여건 등이 마련되면 광주에 팹 2기를 시작으로 해서 약 400조 원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차기 반도체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도 8월26일 이재명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는 등 투자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6월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며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군공항 이전을 비롯해 부지 확보와 전력망 구축, 용수 공급, 인력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관련 인프라 구축 일정이 전체 사업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경우 당초 목표인 2030년 반도체 생산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채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교수는 지난 7월23일 국회에서 열린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정책토론회에서 "용수는 저장과 재활용이 가능하고, 부지는 추가 지정과 확장이 가능하며, 정주 여건도 개선할 수 있지만 전력은 대체할 수 없다"며 "전남의 태양광 설비와 계통 접속 대기 물량이 모두 14.251기가와트(GW)에 달하지만, 송전망 제약으로 클러스터에 즉시 공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821조 슈퍼예산①]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21.3조, 이재용 삼성전자 '반도체·로봇' 성장엔진 가속

▲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조감도. <전라남도>

정부는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과 자율제조 등을 포함한 피지컬 AI 분야에도 재정 지원을 크게 늘린다.

피지컬 AI 예산은 올해 9천억 원에서 내년 3조1천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한다. 로봇과 자율제조 등에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와 시장을 키우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로보틱스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점찍고 관련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약 60조 원을 투자해 영남권을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휴머노이드 양산체계와 로봇 데이터 팩토리 등을 구축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해 피지컬 AI와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7월3일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에서 개최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등에 집중 투자해 영남권에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며 "경쟁국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태문 대표 직속으로 '로보틱스경험(RX) 사업추진실'을 신설하는 등 전사 차원에서 로봇 사업 육성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터와 드라이브를 자체 설계하고 약 80종의 액추에이터(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장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다양한 크기와 출력, 구동구조를 갖춘 휴머노이드 폼팩터와 로봇 핸드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은 로봇 수요자인 동시에 반도체·부품·완제품·생산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 공급자"라며 "자체 공장에서 로봇을 검증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와 하드웨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제조 레퍼런스(검증 사례)와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축적되는 수직 통합형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