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해상자위대원들이 5월21일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모가미급 호위함 깃발 수여식에서 도열해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함정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까지 결합하는 수출 모델을 구축해 HD현대중공업 및 한화오션 등과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6일 일본 매체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금지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전투함 해외 판매를 둘러싼 한국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이전까지 일본 정부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채택한 평화주의에 따라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2014년 아베 신조 내각에서 구조와 수송, 경보, 감시 및 기뢰 제거 등 5개 등 분야에서 조건부 수출로 무기 수출 정책을 전환했는데 이마저 이번에 폐지해 한국과 전투함 수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함정 수출 경험에서 일본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기업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등 강점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남미 등에서 잠수함과 호위함 수출 경험을 쌓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26일 필리핀 국방부와 3200톤급 호위함 2척을 대상으로 8447억 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페루 해군도 2024년 4월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과 상륙 지원함 2척, 원양 초계함 등 모두 4척 건조를 맡겼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태국에 3700톤급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을 인도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칠레와 필리핀 등에서 호위함과 잠수함 등 추가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잇단 전쟁에 대응해 해군 함정 도입을 늘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전투함 건조 업체가 수혜를 누리는 상황에서 일본이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싱크탱크 지정학연구소의 오기 히로히토 선임연구원은 재팬타임스를 통해 “한국의 지상 무기 수출 성과가 해군 장비 분야에서 우위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본 다카이치 내각은 방산과 조선을 포함한 17개 성장전략 산업에 민관이 2040년까지 370조 엔(약 3200조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책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가 전투함 수출에 집중해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과 경쟁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셈이다.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 호위함을 주력 수출 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다. 모가미급이란 일본이 자체 개발한 호위함 함급을 말한다.
호위함은 구축함보다 작지만 초계함보다 큰 함급으로 대형 함선 호위부터 기뢰전, 잠수함 추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상 임무를 수행한다.
▲ 울산급 충남함이 2023년 4월1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진수식에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모가미급 개량형 호위함은 최종 경쟁 후보였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의 메코 A200 개량형보다 가격은 20% 비싸지만 스텔스 성능과 운용 인력 절감, 건조 속도 등에서 우위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수주전에 HD현대중공업도 충남급 호위함으로 초기 경쟁 후보에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의 경쟁력이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싱크탱크 요코스카 아시아-태평양 연구협의회의 존 브래드포드 상임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모가미급 호위함의 장점을 설명한 뒤 “단연코 최고”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호위함 수출 모델은 단순히 함정을 건조해 넘기는 것을 넘어 안보와 산업 협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가미급 호위함을 건조하는 미쓰비시중공업은 호주에 기술과 경험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기반해 호주는 향후 모가미급 호위함 8척을 자국에서 추가로 건조할 계획을 세웠다.
방위 산업 분석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방식이 군함 건조 산업을 육성하려 하는 다른 국가가 일본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질랜드와 인도네시아도 해군 무기 현대화를 위해 모가미급 호위함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본 정부가 규제 완화로 무기 수출길을 열고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도 지원해 전투함 수출을 확대해 HD현대중공업 및 한화오션의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재팬타임스는 “일본의 무기 수출 확대 정책은 한국 방산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해군 함정 시장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