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에 중국 제조업 반사이익, 에너지와 소재 공급망 안정화로 한국 제칠판

▲ 마스크를 착용한 노동자가 8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에 위치한 공장에서 독일로 수출할 태양광 모듈을 검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류 및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중국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반면 중국은 에너지 및 주요 소재 공급망 자급체제를 장점으로 앞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컨설팅 업체 아시아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그룹은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원유 비축과 수출 통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을 활용해 물가 상승을 비롯한 여파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세계 해상 물동량의 핵심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다방면으로 충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국가들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각각 80%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는 아시아그룹의 분석을 전했다.

또한 산업용 가스인 헬륨과 전력기기에 필수 소재인 구리 등 원자재의 생산과 운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했다고 보도했다.

조사업체 S&P글로벌은 11일 보고서를 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아시아를 비롯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특히 중국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및 배터리 등 산업에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그룹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헬륨을 비롯한 소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장기 계약 확대와 추가 비용 부담에 노출돼 있다.

한국 석유화학 및 배터리 산업도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에 중국 제조업 반사이익, 에너지와 소재 공급망 안정화로 한국 제칠판

▲ 2026년 2월 이후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 지수가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S&P글로벌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황산·나프타·알루미늄 등 소재 가격 상승이 배터리 생산비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 경기는 이란 전쟁이 벌어진 2월 이후 뚜렷한 호조를 보이며 미국과 이란 전쟁에 반사이익을 증명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소재 공급망 수직계열화 정책을 앞세웠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도 성공한 성과로 평가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제조업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제 성장 국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시아그룹은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제조 기업의 탈중국 추세도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은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 베트남을 비롯한 국가에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인건비가 낮고 제조업 인프라와 공급망 측면에서 장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아시아그룹에 따르면 이러한 탈중국 물결에 힘입어 2024년 동남아시아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전쟁은 동남아 국가들의 중동 에너지 공급망 의존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반대로 중국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안정적 에너지 자급체계를 구축한 성과는 더욱 돋보이게 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제조 산업 파트너로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