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정상회담 관계 악화만 막았나, 경제 협력 의지에도 안보 입장차 재확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차담을 나누기 위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대만 문제와 이란 전쟁 등 안보 핵심 현안에서는 입장차를 노출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계 악화를 막는 정도로만 봉합하는 수준에서 정상회담을 나눠 국제적 긴장을 완화할 돌파구는 당분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 경제 협력 의지 확인했지만…

1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놓고 “공산당식 의전과 미국 기업 이해관계가 결합된 행사”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비롯한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에서 만난 이후 관세와 무역 갈등을 비롯해 이란 정세와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및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수장을 대거 대동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몇 가지를 얻어냈다”고 회담 성과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200대를 주문하고 미국산 콩(대두)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의 경제 협력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양국은 전략적 안정에 기반한 건설적인 중·미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경제 성과를 일부 거뒀지만 그 이상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시애틀타임스는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주문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방중 전에 떠돌던 이야기보다 규모가 작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보잉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양국 간 상호관세 인상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양국이 가장 복잡한 무역 관계이자 가장 난해한 경쟁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시진핑 정상회담 관계 악화만 막았나, 경제 협력 의지에도 안보 입장차 재확인

▲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 추이. < 그래픽 출처 챗GPT > 

◆ 미국 중국의 안보 영역 입장 차이 뚜렷하게 드러나

중국은 경제 부문과 달리 안보 영역에서 미국에 날을 세웠다. 시진핑 주석이 가장 민감한 주제인 '대만 문제'를 꺼냈다.

관영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과 갈등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문제는 국제적 지위와 주권 귀속에 관해 중국과 대만 사이에 발생하는 의견 충돌을 말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 문제가 내정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무기 판매를 비롯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해 왔는데 이런 현안을 시 주석이정상회담장에서 언급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에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꼈다. 

영국매체 인디펜던트는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약화된 영향력을 확인한 뒤 대만 문제에서 한층 더 노골적인 압박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 밖에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더 진전된 내용의 공동 발표문은 나오지 않았다.

정상회담 일정 마지막 날인 15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베이징 내 옛 황실 정원이었던 중난하이에서 만나 차담을 나누고 비공개 오찬을 함께 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국빈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종료 뒤 공동성명 발표와 같은 가시적 성과를 내놓진 못한 셈이다. 
트럼프 시진핑 정상회담 관계 악화만 막았나, 경제 협력 의지에도 안보 입장차 재확인

▲ 미국 정재계 인사들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환영식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 남긴 과제는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안보 문제에 입장 차이를 확인한 이상 한국 정부에도 앞으로 과제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무역 거래가 활발한 중국과 관계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만 문제나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와 관련한 협력을 요구하면 딜레마가 커질 공산이 크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대만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서 구체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는데 미국 정부가 구체적 방향을 요구하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안규백 한국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이란 전쟁으로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했다. 

안 장관은 12일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참여는 하겠다”며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 수준까지 미국 측에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미국과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내 한국 정부로서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할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안건에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우선 순위가 낮았다는 점도 한국 정부가 우려할 만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지지가 어느 정도 필요한데 이 대목을 놓고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안보 부문의 입장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가운데 한국 정부로서는 대북 관계와 군사 협력 등 현안에서 과제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더디플로맷은 “한국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중국과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 매체는 “미국과 중국 정상들이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와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