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관문인 금융3사 매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현대그룹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 준 오릭스가 또다시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1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이달 중 진행된다.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 사모펀드 3곳이 지난 7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돼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마친 상태다.
본입찰은 애초 8월 중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인력과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매각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현대증권은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결과 연간 1천억 원의 비용절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6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400명 정도를 감축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현대증권은 전국의 지점 18개를 축소하고 지방사옥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은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관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이후 계열사 및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까지 2조6646억 원의 유동성을 마련하면서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률은 80%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이 현대그룹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은 금융3사 매각가격으로 7천억~1조 원 상당을 기대하고 있다. 장부가격이 6천억 원 정도이니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이 정도는 받지 않을까 본다.
하지만 시장예상가는 4천억~5천억 원 상당으로 크게 못 미친다. 업황 자체가 침체돼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증권업 업황이 악화된 점도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현대그룹이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진행중인 현대증권에 대한 구조조정 규모가 축소된 점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업황 침체 속에서 인수 희망자가 적극적이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금융 3사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현대그룹의 ‘백기사’ 오릭스가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오릭스는 현대그룹이 내놓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대상선과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형태로 약 5300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
오릭스와 현대그룹의 긴밀한 관계가 금융3사 인수전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융3사 매각을 앞두고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원장이 현 회장에게 지난해 만남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 나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구조조정의 모범적 사례’라는 평가를 전달했고 현 회장도 그룹 구조조정에 금감원이 적극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