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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추진하는 맥주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우스맥주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맥주시장에 진출한다. 앞으로 주세법이 개정되면 대형마트에서도 ‘정용진 맥주’를 만날 수 있게 된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 400평 규모 맥주점 열어
1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외식업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반포동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에 1322㎡(약 400평) 규모의 맥주전문점 공사를 시작했다. 상호는 ‘신세계 강남 게스트로 펍’으로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1970~1980년대 미국에서 소규모 양조장의 활동이 활발할 당시 미국양조협회에서 만들어낸 용어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생산하는 맥주를 의미한다. 신세계푸드는 이곳을 통해 에일맥주를 직접 제조해 공급하기로 했다.
맥주시장은 정 부회장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사업분야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맥주 제조를 위해 3억5100만 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7억100만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어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정 부회장은 웨스틴조선호텔 맥주 전문점에서 일했던 식음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을 만들어 맥주전문점 개장을 준비해 왔다.
매장규모도 단일 매장치고 큰 편이다. 여기에 맥주 발효조를 내부에 설치해 고객들이 양조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 10월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11월 중 개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 유통망 활용도 가능해질 전망
신세계의 하우스맥주시장 진출은 작은 규모의 국내 하우스맥주업체들은 물론 하이트진로, 오비 등의 대기업들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이 하우스맥주시장에 진출한 것은 신세계그룹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하우스맥주는 일부 맥주전문점에서 소규모로 공급했다.
지난 4월부터 발효된 주세법 개정안은 신세계의 하우스맥주시장 진출에 힘을 실어 줬다. 이 개정안에 따라 현재 하우스맥주는 다른 맥주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그동안 하우스맥주 제조자는 맥주를 제조한 점포 안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정부는 중소 하우스맥주업체들의 사업확장을 돕기 위해 주세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신세계가 그 혜택을 보게 됐다. 특히 전국에 40여 개 매장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하우스맥주시장에 신세계가 뛰어들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앞으로 발의될 예정인 주세법 개정안은 정 부회장에게 더욱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규모 맥주제조자 및 중소기업 맥주제조자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고 외부유통 기준을 완화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 발의하기로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슈퍼나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도 가정용 하우스맥주를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을 통해 맥주를 팔 수 있다. 단순히 맥주전문점을 하나 내는 것이 아닌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0년 가까이 유지된 하이트진로와 오비의 견고한 맥주시장 양강체제는 올해 롯데그룹의 맥주시장 진출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세계의 맥주시장 진출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는 하우스맥주로 프리미엄맥주의 거점 시장을 확보한 뒤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한편 향후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