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이 '원화 약세' 현상을 외국인 고객몰이의 기회로 활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소비를 늘리기 좋아졌다는 환경을 이용해 공간·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글로벌 공간 플랫폼’으로 신세계를 재정의하려는 전략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신세계 '원화 약세' 기회 삼는다, 박주형 외국인 고객 겨냥한 '공간 혁신' 집중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랜드마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중심 백화점에서 벗어나 K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랜드마크로의 전환을 시도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점차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주목받는 소비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 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구매력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여기에 K콘텐츠 확산을 계기로 방한 외국인 수가 늘고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한국에서의 소비 진입 장벽은 한층 낮아졌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신세계는 외국인 수요를 겨냥한 공간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서울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다.

지난해 4월 문화·예술 전시 공간 ‘더헤리티지’ 개장을 시작으로 11월에는 프리미엄 라운지 및 다이닝 공간 ‘더리저브’를 차례로 선보였다. 올해 6월에는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 ‘디에스테이트’의 리뉴얼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리저브의 새 단장 효과가 본격화되고 디에스테이트의 상품 입점이 완료되면 외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매출 확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과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기준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18.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은 82.3%에 이른다. 공간과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이를 보려는 외국인들이 모여들고 실적 개선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증권가 시각도 긍정적이다. 

많은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 신세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연달아 상향 조정했다. 올해 1월 목표주가를 제시한 9개 증권사 가운데 8곳이 기존보다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 역시 50%를 웃돈 것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내다보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월 더헤리티지를 시작으로 11월 더리저브, 올해 6월에는 디에스테이트 리뉴얼이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지난해 신세계 본점의 성장률은 경쟁사보다 낮았지만 올해는 영업 정상화와 더리저브 효과를 바탕으로 기존 점포의 매출 성장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형 사장이 주도해온 신세계백화점의 변화가 구체적 결과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백화점 경험을 복합개발로 확장해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도약하자”고 밝힌 바 있다. 백화점을 단순 유통 공간이 아닌 체험과 체류 중심의 복합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박 사장 체제에서 신세계백화점은 핵심 공간의 구성 방식을 기존과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과거 국내 최상위 VIP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명품 전략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서울 강남점과 본점 핵심 동선에 ‘마르디메크르디’ 등 K패션 브랜드와 ‘스위트파크’, ‘하우스오브신세계’ 같은 K푸드 공간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기존 VIP 중심 전략과 결이 다른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환율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시점에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하며 백화점을 여행 코스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여겨진다.
 
신세계 '원화 약세' 기회 삼는다, 박주형 외국인 고객 겨냥한 '공간 혁신' 집중

▲ 지난해 4월 개점한 신세계 본점의 더 헤리티지. <신세계>


이 같은 전략은 집객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 ‘신세계스퀘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포토존으로 자리 잡으며 본점 일대를 상징하는 대표 집객 공간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더헤리티지’ 역시 새로운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더헤리티지는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SC제일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1930년대 건축미를 살린 아치형 기둥과 석조 외벽을 보존하고 있어 이색 경험을 주는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공간에서 현대적 전시와 브랜드 팝업을 결합해 고객 발걸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는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한 무료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지속가능한 투자 기반을 다지는 데도 소홀하지 않다. 재단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도 재무 관리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올해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1조1400억 원의 주문을 끌어냈다.  AA0의 우량 신용등급은 물론 박주형 체제 이후 이어진 체질 개선 성과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조달한 2200억 원(2년물 700억 원, 3년물 1500억 원)은 모두 고금리 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재무 건전성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상환 기일도 2028~2029년으로 길게 설정됐다. 단기 유동성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중장기 관점에서 글로벌 특화 공간과 차별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재무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박 사장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하우스오브신세계’와 ‘스위트파크’ 등을 통해 백화점을 쇼핑 공간에서 미식과 휴식이 결합된 문화 거점으로 탈바꿈시킨 성과를 그룹 차원에서 인정받은 결과다.

올해 사장 취임 첫해를 맞은 박 사장에게 주어진 새 과제는 그가 추진해온 ‘본점 타운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인근 상권 연계 전략이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매출 증가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향후 리더십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본점은 ‘더헤리티지’와 ‘더리저브’ 등 단계적 리뉴얼을 통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 유통의 역사와 콘텐츠, 경험이 결합된 글로벌 랜드마크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 고객은 물론 전 세계 외국인 고객들에게도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상품, 공간, 서비스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