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단체 '해상풍력 보급 병목' 우려, 설치항만 특화 예타지침 필요성 제기

▲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가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려면 이에 특화된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일반 항만과 설치항만의 사업 구조 차이를 나타낸 표. <넥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려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는 '해상풍력 설치항만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제언' 보고서를 발간하고 해상풍력 설치항만의 특수성을 고려한 특화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예타 제도는 터빈이나 블레이드 등 대형 구조물을 취급하는 설치항만에 컨테이너나 벌크 물동량을 취급하는 일반 항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상풍력은 배후단지를 조성할 때 초대형, 고중량의 해상풍력 기자재를 집적, 야적, 가조립 후 해상운송하는 물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같은 물류 과정은 설치항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설치항만은 해상풍력 보급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현재 국내에서 설치항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목포신항 한 곳뿐이다.

이에 넥스트는 설치항만 부족 때문에 해상풍력 보급 확대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설치항만 등 해상풍력 보급 인프라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예타 제도가 이같은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행 예타지침을 적용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고 있는 신규 설치항만 사업 대부분이 낙제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컨테이너나 벌크 물동량을 정기적으로 취급하는 일반 항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설치항만은 이와 달리 터빈, 블레이드 등 비정형 구조물을 비정기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현행 제도 하에서 선박 적재량은 재화중량톤수(DWT)를 기준으로 계산되는데 컨테이너나 벌크 화물과 비교해 중량 대비 면적 제약이 큰 풍력발전 기자재는 일부 항만에서 필요한 항차 수가 실제보다 적게 계산된다. 설치항만의 운송비 절감 효과가 과소평가된다는 뜻이다.

이에 넥스트는 현행 선박 적재량을 재화중량톤수가 아니라 항차당 운송 가능한 ‘터빈·하부구조물 세트 수’로 재정의할 것을 제언했다.

그외에도 내륙운송이 불가한 해상풍력 기자재의 운송비용 절감 평가를 개선하고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 비용 절감 등 화물운송 시간가치 절감 편익을 포착할 수 있는 지표와 산정방법론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설치항만 사업의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행 지침으로는 설치항만의 비용편익비가 0.5를 넘기 어렵지만 개선 사항을 적용하면 0.934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적으로 비용편익비가 1 이상이면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김은성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려면 최소한 설치항만의 기능과 편익이 평가 체계에서 합리적으로 포착되어야 정책 집행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이번 분석 결과가 설치항만 예타에서 발생하는 해석상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