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조선 업계가 후동중화를 중심으로 LNG운반선 분야에서도 한국 조선 업계 추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동부 해안에 위치한 후동중화 조선소 모습. <후동중화>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LNG운반선 발주가 올해 최대 150척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의 건조 도크가 이미 차 있어, 중국 조선사들이 올해 발주되는 LNG운반선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사들이 기존 건조경험, 선주사와의 오랜 거래관계, 앞선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LNG운반선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화물창 등 핵심 기자재 국산화, 전후방 산업 생태계 육성 등으로 중국 조선사들과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조선 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LNG운반선 시장이 2025년 발주 가뭄에 시달리면서, 대형 LNG운반선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시피했던 중국 조선 업계가 최근 들어 LNG운반선 수주를 따내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조선무역유한공사는 장난조선소가 싱가포르 선주사로부터 17만5천㎥급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앞서 중국 후동중화도 지난해 12월24일 나이지리아 LNG공사의 자회사 보니가스트랜스포테이션으로부터 17만4천㎥급 LNG운반선 3척(추가 옵션 3대 포함 시 6대)을 수주했다.
중국 현지 언론 ‘중국수상교통네트워크’는 “BGT가 해외조선소와 오랫동안 협력했지만, 후동중와의 첨단 기술과 솔루션으로 이런 관행을 타파했다”며 “1년 간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한 이번 계약은 기술력, 사업솔루션, 브랜드 파워로 신뢰를 얻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는 선주사들이 LNG 생산 프로젝트 가동 일정을 맞추기 위해 건조 일정에 여유가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 조선사에 일부 일감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조선사들의 연간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약 70척으로 추정된다. 한편 프랑스의 LNG 화물창 제조사 GT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LNG프로젝트들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쏟아지며 2026년에만 최대 150척의 LNG운반선 발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계 자본이 참여한 LNG 프로젝트로부터 중국 조선소의 LNG운반선 수주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며, 중국 조선 업계의 LNG운반선 경쟁력이 아직 한국에 비해선 약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지속적으로 LNG운반선 분야에서 건조 이력을 쌓고 있고,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카타르에너지가 제안한 ‘카타르막스급(27만1천㎥급)’ LNG운반선 24척을 후동중화가 수주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은창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카타르막스급은 한국 조선 3사가 건조하기에는 비효율적 선박 사이즈로 중국이 많은 물량을 가져간 것”이라며 “이런 사례가 이어진다면 중국이 그만큼 LNG운반선 건조 경험을 쌓게 되는 셈으로, 한국 조선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동중화는 2008년 LNG운반선 건조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는데, 2025년까지 누적 총 59척의 LNG운반선을 인도했다. 특히 2025년에만 LNG운반선 11척을 인도하는 등 건조 이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2025년 5월 상하이 북쪽 창싱다오에 25억 달러를 투입해 조성한 신규 LNG운반선 야드를 가동시키며, 연간 LNG운반선 건조능력을 기존 6척에서 10척으로 늘리는 등 LNG운반선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또 LNG운반선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분류됐던 다롄(Dalian)조선소, 장난(Jiangnana)조선소, CMHI 장수조선소 등도 LNG운반선 건조 이력을 쌓으며 한국 조선소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 조선 업계는 LNG운반선 분야에서는 중국 조선에 비해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국의 빠른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화물창 등 기자재 국산화, LNG 가치사슬 생태계 육성 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LNG운반선은 세계 조선 업계 2위인 한국이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선종이며, 건조 난이도가 높아 부가가치가 가장 큰 선박이다. 당장은 한국 조선 업계의 LNG운반선 시장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창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의 LNG운반선의 핵심 경쟁력은 시공 품질”이라며 “LNG를 안정적으로 운송한다는 측면에서 해외 선주사들이 한국산 LNG운반선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벌크,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선종에서 ‘저가 수주 영업’ 전략을 펼치며 시장을 잠식한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급히내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동퇸 지적이다.
안해성 대한조선학회 학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NG화물창 관련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 실증 기반 트랙 레코드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과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주도로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한국가스공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이 참여한 ‘LNG 화물창 국산화 워킹그룹’은 올 1분기 내 한국형 LNG 화물창 KC-2의 대형 선박 대상 실증 방안을 마련하고, 핵심 선박 기자재 육성 계획도 신속히 마련키로 했다.
한편 이 연구원은 “한국은 (LNG운반선 수요와 관련해) 에너지 개발사, 화주, 해운사들의 수가 제한적”이라며 “한국의 LNG 프로젝트 개발·운송·금융 생태계를 육성한다면 한국 조선 업계가 LNG운반선 경쟁력을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