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상승에 태양광업계 부담 커져, 한화솔루션 '도시의 은광' 재활용 미국서 잰걸음

▲ 한 점원이 12일 쿠웨이트 수도에 위치한 보석상에서 순도 999.0짜리 실버바를 두 손에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은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 상승세 전망까지 나오면서 배선에 은을 사용하는 태양광 업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폐패널 재활용 체제를 구축해서 은 추출을 시작했는데 핵심 시장인 미국 내 규제와 경쟁사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영국계 운용사 주피터애셋은 13일(현지시각) 각국이 광물을 비축하면서 올해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약 14만7170원)를 돌파할 것이라 전망했다고 CNBC가 14일 보도했다. 

지난해 은값은 온스당 90달러(약 13만2400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5일 기준 은값은 장중 93.75달러(약 13만7800원)까지 올랐다가 소폭 하락했다. 

최근 은값 상승세가 다소 정체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통상 분쟁에 대비해서 광물을 미리 사들이는 기류에 영향을 받아 올해도 은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운용사 에블린파트너스는 “주요 강대국이 무역 전쟁에 사용할 수단을 강화해 ‘자원 민족주의’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은값 상승은 태양광 패널 제조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태양광 패널에는 유리와 알루미늄 및 셀과 배선 등이 더해지는데 배선에 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조사업체인 OPIS의 한웨이 우 국장은 PV매거진을 통해 “은은 태양광 모듈 원가에서 16~17%를 차지한다”며 “주 소재인 폴리실리콘보다 원가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과 같은 태양광 모듈 제조사로서는 은값 상승에 따른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태양광 시장이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라 은값에 맞춰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폐패널 재활용 확대는 시급하다.

컨설팅업체 COR에너지인사이트(Energy Insight)의 권효재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활용 업체가 돈을 주고 폐패널을 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해 12월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간 50만 장의 태양광 패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 운영을 시작했다. 

아직 폐패널을 재활용해서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모듈 제조까지 태양광 설비 제조 공정을 수직 통합해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은뿐 아니라 기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도 폐패널에서 추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값 상승에 태양광업계 부담 커져, 한화솔루션 '도시의 은광' 재활용 미국서 잰걸음

▲ 히잡을 착용한 한 노동자가 말레이시아 쿨림에 위치한 퍼스트솔라 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있다. <퍼스트솔라>

한화솔루션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으로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별로 폐패널 재활용을 의무화해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21년부터 태양광 패널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의무화했다. 하와이주도 지난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태양광 패널에는 납이나 카드뮴과 같은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포함돼 매립지에 부적절하게 폐기될 경우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또한 연방 차원에서 태양광 폐널을 일반 폐기물 규정에 추가해서 재활용을 제도화할 준비를 해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화솔루션은 조지아주 달턴과 카터슨빌에 태양광 수직 통합 제조 허브를 구축해 셀과 모듈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23년 1분기 기준 미국의 주택용과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각각 35%와 35.3%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여기에 폐패널 재활용 사업까지 확장하면 소재 비용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발전용 태양광 모듈 점유율 1위 기업인 퍼스트솔라를 비롯한 여러 경쟁사를 두고 있다. 퍼스트솔라는 일반적인 실리콘 패널 대신 카드뮴 텔루라이드를 사용해 모듈을 제조한다. 

특히 카드뮴 텔루라이드 패널은 재활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솔라는 2024년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말 기준 연간 8만8천 톤의 패널 재활용 능력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판이나 반도체 회로 같은 재활용품을 90%이상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원가 관리나 미국 정책 대응에 더해 원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재활용 공정에 속도를 내 일명 ‘도시의 은광’을 확대, 구축할 필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코모토 케이치 태양광발전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폐기된 태양광 패널을 신규 패널 제조에 사용하는 방식은 향후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