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무원이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대표작이 부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 빠르게 매출을 키운 다른 식품기업들과 비교해 해외 비중과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풀무원은 두부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식물성 K푸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건강식이라는 카테고리와 지역별 시장 한계가 동시에 과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는 점이 다른 식품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풀무원은 1980년대 유기농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 제조·판매 기업으로 출발했다. 2007년에는 ‘동물에게 이로운 것이 사람과 환경에도 좋다’는 신념을 내세워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동물복지 개념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동물복지와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군을 확대하며 지속가능식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고 ‘풀무원지구식단’ 브랜드를 론칭했다.
하지만 풀무원은 다른 식품기업과 비교해 해외사업에서 큰 매출을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024년 매출 3조2137억 원, 영업이익 918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3조 클럽’에 진입했다. 하지만 해외 매출은 6352억 원으로 전체 19.8%를 차지한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1조3359억 원으로 전체 매출 1조7280억 원의 77.3%를 차지했다. 풀무원보다 전체 매출 규모는 작지만 해외 매출의 기여도는 훨씬 크다. 농심도 2024년 매출 3조4387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1조3037억 원으로 37.9%를 차지했다.
풀무원의 해외사업 비중은 올해 들어서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 14%, 중국 3%, 일본 2.3% 등 해외 지역 매출 비중은 모두 19.4%에 머물렀다.
해외사업은 매년 영업손익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사업 목표로 각 법인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3분기 미국과 중국에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일본 법인의 손실로 전체 해외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사업 흑자전환 목표는 내년으로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법인이 올해 3분기 흑자전환을 했지만 손익분기점 수준의 소폭 흑자”라며 “중국법인도 이익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 분기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풀무원이 다른 식품기업보다 해외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까닭으로는 현재의 K푸드 열풍에서 다소 비켜 서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농심은 신라면이 한국 1위 라면이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또한 해외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폭발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 풀무원은 미국 시장을 필두로 해외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반면 풀무원은 국내에서 ‘건강한 식품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잘 구축되어 있지만 뚜렷한 대표 상품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해외에서 풀무원은 ‘K푸드’이면서 동시에 ‘건강식’이라는 이중 카테고리를 모두 소구해야 한다. 이는 차별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타깃 시장이 좁아질 수 있다는 한계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에는 신라면, 불닭볶음면이나 비비고로 대표할만한 확실한 브랜드 카드가 없다”며 “미국에서의 두부, 중국에서의 냉동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브랜드로서의 인기라기보다는 제품으로 접근해 풀무원하면 떠오르는 상품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풀무원은 기존의 지향성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풀무원은 2027년까지 지속가능식품 매출 비중을 전체의 6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설립한 네덜란드 유럽 현지 법인을 시작으로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식물성 지향 K푸드 확대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유럽 공략의 핵심 제품은 두부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내년 1월까지 미국 보스턴 아이어 공장의 두부 생산시설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 물량 일부를 유럽으로 수출한다. 실제로 풀무원 두부의 해외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707억 원이던 해외 두부 매출은 2024년 2124억 원으로 처음 2천억 원을 넘어섰다.
풀무원은 김치와 떡볶이, 주먹밥 등 식물성 지향 K푸드 제품의 유럽 판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채식 인구와 관련 수요가 높은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반 대중이 아닌 채식 인구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은 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매운 맛’처럼 유행에 따라 급성장했다가 식을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기후 위기와 동물복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현지 건강식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침투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유럽시장과 달리 풀무원은 미국에서 두부 시장점유율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두부를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가정이 약 8%뿐인 만큼 대중적 카테고리라고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아직 건강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구에 따르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할수록 더 영양이 높은 식습관을 가지게 된다. 달리 말하면 중국과 베트남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풀무원이 주력으로 하는 두부 시장에서 이미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풀무원은 일본법인 아사히코에서 2020년 두부를 활용한 간식 신제품 ‘두부바’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 등 신선식품과 떡볶이, 짜장면 등 정통 K푸드 제품을 해외에서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법인을 필두로 해외 사업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