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한국 자동차 산업계는 미국 자동차 관세에서 시작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11월부터 관세가 10%포인트 낮아지며 급한 불을 껐지만, 곧바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다.
 
[2025결산/자동차] '트럼프 관세' 파고 버텨낸 자동차 산업, 자율주행 기술경쟁 더 치열해진다

▲ 올해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자동차 관세에서 시작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11월부터 관세가 10%포인트 낮아지며 급한 불을 껐지만, 곧바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미국 자동차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5월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면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미국 자동차 관세로 줄어든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2분기와 3분기를 합쳐 4조6482억 원에 달한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14.4%, 기아는 27.3%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재료비와 가공비, 생산효율성 등 원가 절감과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폭스바겐그룹을 누르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1월1일부터 미국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내년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 기업인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도 화제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 동안 미국에 260억 달러(38조506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국내에도 203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125조2천억 원을 투자한다. 직전 5년 연평균 투자 17조8천억 원보다 4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5결산/자동차] '트럼프 관세' 파고 버텨낸 자동차 산업, 자율주행 기술경쟁 더 치열해진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미국 현지시각 3월24일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들어서는 자율주행이 자동차 업계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법적 규제 등으로 자율주행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지난 11월23일 한국에 레벨2 수준의 감독형 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자율주행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자율주행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2년 동안 현대차그룹이 자율기술 개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면서 그룹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까지 겪었다.

정 회장으로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깐부회동’으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 현대차그룹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받아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면 생각보다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엔디비아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발표한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인사에서 송 전 사장의 후임을 선임하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적임자에 대한 정 회장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 자동차 관세 때문에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집중한 측면이 있지만,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고, 엔비디아와 협업도 시작되는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금씩이라도 자율주행 결과물을 공개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