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사무소 건물 전면에 띄운 화면으로 10월27일 코스피 지수 4천 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일을 기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증시는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이같은 ‘한국식 모델’이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한국의 지배구조 개혁 사례는 다른 경제권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12월까지 69% 상승해 25년 만의 최대 연간 상승률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주가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꼽는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6월4일 임기 시작과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경제 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한국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에게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대형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내년 7월15일부터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줄이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렇듯 정부가 나서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손보겠다는 기조를 본격화하면서 투자심리를 빠르게 개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했다.
개별 기업도 변화에 나서고 있다. 비핵심 자산은 매각하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 기업은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수합병과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자 거래 등이 빈번해 투자자의 우려를 샀다.
특히 재벌 기업을 향한 우려는 고질적 주가 저평가 현상인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났는데 새 정부가 법을 개정하고 기업도 이에 호응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봤다.
배당세 인하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개정까지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도 파이낸셜타임스는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른 경제권에 적용 가능한 ‘한국식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에 논평을 기고한 세스 피셔는 헤지펀드 운용사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