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계열사 신세계푸드가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2001년 상장 뒤 약 25년 만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부터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수익성 경영기조를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이마트 차원에서 신세계푸드 모태사업인 급식사업부를 매각했고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 등 제조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푸드 상장폐지로 시장의 평가에서 한발 벗어나면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이마트와 그 계열사들의 수익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푸드 왜 상장폐지 결정했나, 저평가 받기보다 이마트 계열 경쟁력 강화 지렛대로

▲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상장폐지를 계기로 그룹 차원의 수익성 강화에 신세계푸드 제조 역량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부터 내년 1월5일까지 신세계푸드 보통주 146만7319주를 공개매수한다. 매수 가격은 1주당 4만8120원으로 공개매수 개시일 직전 영업일인 12일 종가(4만100원)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지분 55.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신세계푸드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관련 법령에 따라 상장폐지할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이번 상장 폐지 추진 이유로 신세계푸드 주가에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온 구조적 저평가 문제 해소,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에 맞춘 중복 상장구조 해소 및 지배구조 단순화, 신속하고 과감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제 구축 등을 꼽았다.

다만 이마트가 상장폐지 카드까지 꺼내 든 데는 신세계푸드가 시장 평가에서 벗어나 계열사 전반 경쟁력 강화에 역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부터 식자재유통, 베이커리, 급식, 외식 등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저수익 사업을 철수하는 등 수익성 중심 경영기조를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신세계푸드 모태사업인 단체급식사업을 한화 계열 아워홈에 매각했다. 이는 이마트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비주력 사업인 급식사업을 철수하고 베이커리•프랜차이즈 버거•식자재 유통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신세계푸드가 차별적 공급 능력을 확보한 베이커리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는 전략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현재 국내 대형 베이커리 생산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SPC삼립, 신세계푸드, 롯데웰푸드 등 3사에 그친다. 신세계푸드는 SPC삼립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큰 매출 4천억 원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다. 급식사업 매각 대금인 1200억 원 역시 베이커리 등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신세계푸드 베이커리 부문 B2B 매출의 상당 부분은 신세계 계열 카페 스타벅스 매장과 편의점 이마트24로의 제품 공급에 의존해왔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SCK컴퍼니(스타벅스 운영사)와의 거래로 일으킨 매출은 2263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5%에 이른다.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 푸드 제품의 약 60%를 공급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신세계푸드 급식사업 매각과 관련해 “신세계푸드는 대량생산 역량을 활용한 베이커리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며 “반제품 형태의 B2B 계열사 밖 물량 확대가 신세계푸드 성장의 키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푸드 상장폐지는 이 같은 시장의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베이커리를 포함한 식자재 제조 역량을 이마트와 그 계열사들의 상품 경쟁력 및 수익성 개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이날 공개매수 신고서를 통해 “신세계푸드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통한 주식의 상장폐지로 기존 상장 유지 비용과 실적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압박에서 벗어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중장기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애초 1986년 신세계백화점 특판사업부 케이터링사업팀에서 출발해 그해 국내 최초로 삼성그룹 구내식당에서 위탁급식을 운영했다. 1995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뒤 사업영역을 외식, 베이커리,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확장했다. 2001년 코스닥 상장 뒤 2010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식자재 유통이 40% 중후반대, 베이커리가 20% 중후반대, 단체급식 약 18%,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 약 8%로 파악된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제조서비스 부문에서 베이커리류를 생산하는 전문공장에서 생산되는 반제품 및 제품 비중을 높이며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왔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매수 뒤 상장폐지가 마무리되면 내부거래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마트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전략에 더욱 치중할 수 있다”며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SCK컴퍼니의 사업적 시너지 확대를 위한 적극적 전략 수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