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 자사주 '소각' 대신 '맞교환' 선택, 배당·R&D 투자 등 주주환원 '뒷전'

▲ 동국제약의 낮은 주주환원율은 지속적인 이슈다. 사진은 동국제약 본사. <동국제약>

[비즈니스포스트] 동국제약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1%도 채 되지 않는 자사주를 서둘러 타사와의 주식 맞교환에 활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의 낮은 주주환원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동국제약은 자사주 37만1987주(지분율 0.82%, 70억 원 규모)를 환인제약 자사주 60만 주과 맞교환한다고 공시했다. 맞교환하기 전의 동국제약의 자사주는 49만1680주(지분율 1.08%)였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분 교환으로, 사업협력 관계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협력 내용은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공시를 통해 “처분예정 자기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0.82%를 장외처분하는 것으로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제약이 밝힌 대로 중추신경계(CNS)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환인제약과의 지분 교환이 사업 시너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동국제약도 일반의약품이나 화장품으로 주목받지만 전문의약품(ETC) 분야 제네릭 및 개량신약 개발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고, 12종류의 신경정신계 약물 파이프라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약의 자산 규모에 비해 이번 자사주 처분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 자체가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나마 보유하던 자사주마저 주주환원(소각)이 아닌 타사와의 지분 동맹 구축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권기범 회장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의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동국제약 자사주 '소각' 대신 '맞교환' 선택, 배당·R&D 투자 등 주주환원 '뒷전'

▲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 타임리버스 포켓몬 메타몽 에디션. <동국제약>

 
동국제약의 낮은 주주환원율은 지속적인 이슈다. 실적과 재무 여력은 충분하지만, 이를 주주환원이나 성장 투자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꾸준했다. 

동국제약의 최근 3년 동안 배당성향은 2022년 15.2%, 2023년 17.6%, 2024년 15.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가배당률 역시 1.08%, 1.11%, 1.21%에 불과하다. 배당총액도 오랫동안 80억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3년 83억 원, 2024년 92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주환원 대신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동국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국제약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HK이노엔(7.93%), 보령(6.23%) 등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동국제약의 안정적인 실적 추이와도 대비된다. 동국제약은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화장품 헬스케어 부문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올해도 연결기준 매출 9천억 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내년 연매출 1조 원 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3년과 2024년 판매수수료율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일시적으로 한 자릿수로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두 자릿수 회복이 전망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