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사단' 화앤담픽쳐스 2년 만에 기지개, 스튜디오드래곤 '스타 작가 의존' 딜레마

▲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화앤담픽쳐스가2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사진은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왼쪽)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비즈니스포스트] 스튜디오드래곤이 2년 만에 드라마 제작 자회사 화앤담픽쳐스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다만 실적은 여전히 ‘스타 작가’에게 기대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유한 제작사 상당수는 장기간 적자에 실적 변동도 심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드라마 제작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제작 라인업은 늘었지만 이익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케이피제이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지티스트, 2022년 길픽쳐스, 2025년 넥스트씬까지 인수하며 총 6개 드라마 제작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올 3분기 문화창고가 케이피제이에 흡수합병되면서 현재 제작 자회사 수는 5개다. CJENM 드라마 본부에서 분사한 뒤 작가·PD 풀을 선점하고 지식재산권(IP)을 내재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런 공격적인 인수전의 성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이다.

몇몇 자회사가 일시적으로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적자에 빠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라인업 숫자는 늘었지만 ‘꾸준히 돈 버는 스튜디오’가 드문 상태다.

문화창고는 2022년 10억 원, 2023년 7천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해 59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케이피제이는 같은 기간 순손실 5억 원, 2천만 원, 5억 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티스트도 2022년 33억 원 흑자 이후 2023년부터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억 원, 올 3분기엔 1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이 법인 설립과 동시에 인수한 화앤담픽쳐스는 핵심 제작 자회사로 꼽힌다. 

화앤담픽쳐스는 위에서 언급한 제작사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데다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등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했다. 실제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수십억 원대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며 그룹 내 수익성을 견인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3년 순손실 14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손실 규모가 53억 원까지 불어나며 실적이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야 순이익 17억 원대를 기록하며 겨우 적자 흐름에서 벗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스타 작가 의존 모델의 명암’이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한다. 김은숙 작가 등 흥행력(力)이 입증된 소수의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한두 작품의 성적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화앤담픽쳐스는 김은숙, 권도은 작가 등 소수 스타 작가 중심의 제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형 흥행작에 집중하는 만큼 라인업이 꼬이거나 편성이 어긋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은숙 사단' 화앤담픽쳐스 2년 만에 기지개, 스튜디오드래곤 '스타 작가 의존' 딜레마

▲ 화앤담픽쳐스 작품에서 김은숙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포스터.

 
실제 김은숙 작가 한 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더 킹: 영원의 군주’, ‘더 글로리’, ‘다 이루어질 지니’ 등 화앤담픽쳐스의 대표작 상당수가 그의 작품이다. 차기작 준비가 늦어지면 수년간 신작 없이 공백기를 겪을 수도 있다.

여기에 주요 OTT 플랫폼과의 편성·투자 협상이 길어질 경우 제작 일정은 밀리고 선투입된 인건비와 개발비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잡힌다. 반면 매출은 방송이나 판권 계약 완료 이후에야 인식되기 때문에 손익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23년과 2024년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굵직한 신작의 부재, 제작 일정 지연, 글로벌 매출 인식 시점의 차이 등이 있었다. 이에 ‘매출은 비어 있고 고정비는 그대로 남는’ 전형적 적자 구조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2025년 상반기 흑자전환은 신작 방영과 후속 판권 매출이 동시에 인식된 ‘타이밍 효과’에 힘입은 결과로 해석된다. 

물론 소규모 제작 자회사는 매년 다수의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해마다 매출과 손익이 크게 출렁이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되면 본사의 실적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자회사의 성과가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본사에서 굵직한 히트작을 내더라도 연결 순이익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OTT와 글로벌 플랫폼의 확산으로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스튜디오드래곤은 이에 맞춰 제작 편수를 늘리고 장르를 확장해왔다. 해외 채널 확보 측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양적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즌제 운영 확대, 멀티 작가 체제 구축, 라이브러리 IP(지적재산권) 재활용 등 장기 수익 모델을 갖추지 않으면 시장 흐름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은 내부 자회사는 물론 외부 우수한 크리에이터 및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웰메이드 작품 제작에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