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앞세워 일본 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 금융 회사로의 AI 솔루션 판매가 확대되면 국내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수익원을 확대하려는 한컴의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글과컴퓨터 AI 앞세워 일본 금융시장 공략, 김연수 글로벌 수익원 다각화 시동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사진)가 일본 금융지주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AI 기반 안면·문서인식 솔루션을 앞세워 일본 금융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7일 정보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컴은 일본 키라보시 파이낸셜그룹과 금융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키라보시 파이낸셜그룹은 일본 도쿄를 기반으로 키라보시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UI은행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금융 지주사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은 내년 상반기 중 설립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한컴이 투자한 스페인 AI 생체인식 기업 페이스피와 공동 개발한 기술을 앞세워 보안 요구 수준이 높은 일본 금융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AI 기반 안면인식 솔루션 ‘한컴오스’를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고, AI 문서인식과 전자서명 기술도 함께 선보여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은 일본 현지 기반을 통해 AI 솔루션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일본 법인을 중심으로 한국과 유사하게 공공기관(B2G) 시장 진출을 시도해 왔다. 지난해 1월 일본법인 ‘브레인’을 설립하고 매년 ‘재팬 IT 위크’에 참가해 AI 솔루션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중심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한 일본 기업과 합작사를 구성해 금융기관 등 민간(B2B) 분야까지 거래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 금융시장을 시작으로 의료,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AI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AI 시장의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김 대표가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멘션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4년 13억4900만 달러(약 1조9822억 원)에서 2033년 257억9620만 달러(약 37조 9049억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공공 레퍼런스를 다수 보유한 한컴에도 사업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의 일본 시장 확대는 AI 제품 판매 증가로 소프트웨어(SW) 부문 매출을 키우는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를 AI 사업 본격화 원년으로 삼고 ‘한컴데이터로더’, 생성형 AI 기반 웹오피스 ‘한컴독스 AI’, AI 질의응답 솔루션 ‘한컴피디아’, AI 문서작성 도구 ‘한컴어시스턴트’ 등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그 결과 SW 부문 매출은 AI 제품군 확장에 힘입어 2023년 1265억 원에서 2024년 1712억 원으로 35.3% 증가했다.

김 대표는 향후 한컴 AI에이전트를 출시해 기존 업무지원 솔루션과 연계하고, 제품군 판매 속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여기에 내년 출시될 LG 그램 AI PC 신제품에는 ‘한컴어시스턴트’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어시스턴트 엣지’ 탑재도 추진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AI 앞세워 일본 금융시장 공략, 김연수 글로벌 수익원 다각화 시동

▲ 한컴은 일본 키라보시 파이낸셜그룹과 내년 상반기 금융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김연수 한컴 대표(오른쪽)와 와타나베 히사노부 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 대표 겸 은행장(왼쪽)이 2025년 4월 경기도 성남시 한컴타워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한글과컴퓨터>


이 같은 전략은 한컴이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한컴의 전체 매출 2313억 원 가운데 수출액은 35억 원으로, 비중이 1.5%에 그쳐 해외 매출 확대와 글로벌 수익원 다각화는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컴 관계자는 “사실 해외 시장 공략은 상당한 도전이고 허들”이라며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실상 독점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지만, AI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