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사진)가 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자체 보상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얘기하면서 그 규모에 시선이 쏠린다.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월 이용료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 최선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보상안은 와우멤버십 무료 제공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법은 현금 보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은 어려워 보인다.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다.
도의적 책임에 따라 쿠팡이 스스로 보상금액을 책정한다 해도 문제다. 가입자 3370만 명의 정보가 털린 상황에서 1인당 10만 원만 잡아도 3조3천억 원을 내야 한다. 쿠팡이 2024년 낸 영업이익은 6천억 원이 조금 넘는다. 대략 5.5배 정도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유심정보 해킹 사태를 겪었던 SK텔레콤 역시 현금 보상은 실시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이 피해 보상안으로 내놨던 카드는 △이탈 고객 위약금 면제 △모든 고객 8월 통신비 50% 할인 △8~12월 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등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쿠팡이 꺼낼 수 있는 유력한 보상안은 와우멤버십의 일정 기간 무료 적용이다.
와우멤버십은 쿠팡의 유료멤버십 서비스로 월 7890원의 구독료를 내면 무료 배송뿐 아니라 무료 반품,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쿠팡에게 와우멤버십은 주요 돈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회원 수만 1400만 명인데 매달 1100억 원이 현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와우멤버십 월 구독료를 면제하면 쿠팡으로서는 큰 수익원 가운데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머니에 들어올 돈을 잠시 받지 않는 것일 뿐 당장 주머니에서 토해내야 하는 돈이 없다는 점에서 쿠팡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보상안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쿠팡에게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쿠팡 탈퇴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와우멤버십은 쿠팡이 한국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중심이 된 서비스다. 월 구독료가 2990원에서 4990원으로, 7890원으로 계속 늘었음에도 오히려 가입자가 폭증했다는 점은 와우멤버십이 쿠팡의 핵심 무기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를 일정 기간 무료로 푸는 것만으로도 쿠팡을 떠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대준 대표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은 바로 무료화 기간을 얼마로 잡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자체 보상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예상 매출을 기존 12조8천억 원에서 12조 원으로 낮췄다. 사실상 매출 8천억 원을 포기한 셈이다.
▲ SK텔레콤의 사례를 감안할 때 쿠팡은 최소한 8천억 원 이상의 자체 보상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감안할 때 박 대표는 적어도 이보다 큰 규모의 보상안을 꾸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난 만큼 SK텔레콤을 뛰어넘는 규모의 보상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최소 6개월에서 많으면 1년까지 와우멤버십 구독료를 무료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무료화 기간을 반 년으로 가정하면 소비자들은 5만 원의 보상을 받는 셈이 된다. 1년이라면 보상금액이 약 10만 원 수준까지 높아진다.
집단소송에 나선 이들이 원하는 피해보상액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피해보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박 대표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무료화 반 년만 해도 쿠팡이 포기해야 하는 금액은 6600억 원 이상이 된다. 사실상 1년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금액을 보상으로 내놓기에는 박 대표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부담을 낮추는 차원에서 유료멤버십의 무료화보다는 일정 금액 감면도 검토될 수 있다.
박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자체 보상안의 크기에 따라 정부가 내릴 철퇴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유심정보 해킹 사태 촉발 당시 최대 3천억 원의 과징금을 맞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300억 원대에 결정됐는데 이를 놓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이 피해자 구제 조치에 나선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현재 쿠팡이 받게 될 과징금으로 거론되고 있는 금액은 지난해 매출의 3%인 1조3천억 원 수준이다.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보상한다는 노력을 보여줘야만 이런 조단위 과징금 부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재무 상황을 봤을 때 과징금과 보상안에 휘청거릴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쿠팡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억 달러(10조5600억 원)를 넘는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