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엘리트 본업 회복에도 웃지 못하네, 최준호 실적 갉아먹는 구두사업에 허리 휜다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형지에스콰이아의 부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타카토시 시바야마 렛저 아시아태평양 담당 사장(왼쪽)과 최준호 부회장. <형지글로벌>

[비즈니스포스트] 형지엘리트가 교복·유니폼 중심의 본업에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관계기업 형지에스콰이아의 기업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관계사 실적은 지분법 손익 형태로 연결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된다. 관계사 투자 성과가 부진할 경우 본업에서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순이익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이사 부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2일 형지엘리트의 최근 실적을 종합해보면 본업이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형지엘리트는 제25기 1분기(2025년 7월~9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333억 원, 영업이익 7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402% 급등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실적 반등의 배경으로는 세 가지 성장 축이 꼽힌다. 스포츠 상품화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학생복 사업도 경쟁력을 회복했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워크웨어(작업복) 사업까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스포츠 상품화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의 매출은 2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급증했다. 진출 초반부터 공을 들인 야구 종목에서 굿즈 수요가 폭발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FC바르셀로나와 FC서울의 구단 친선경기와 연계한 기념 팝업도 흥행에 성공하며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관계사의 분위기는 다르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최근 회계감사에서 형지에스콰이아의 장부가액을 101억 원에서 69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30억 원대 손상차손이 일시에 반영됐다. 

형지엘리트는 이를 두고 실제 현금 유출은 없는 장부상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화사업의 장기 침체가 지분가치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초에 형지엘리트는 형지에스콰이아를 통해 패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복·유니폼 중심의 사업구조에 구두라는 소비재를 얹어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국내 제화 시장이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제화 시장은 매출 역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백화점 유통 채널에서는 토종 구두 브랜드의 퇴출이 이어질 정도로 위축이 뚜렷하다. 형지에스콰이아뿐 아니라 금강제화, 엘칸토 등 주요 브랜드들도 매출 감소와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신발패션진흥단에 따르면 탠디, 금강, 미소페, 형지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국내 5대 구두 브랜드의 총매출은 2022년 4547억 원에서 2023년 4390억 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3918억 원까지 하락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형지에스콰이아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2022년 796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에는 49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새 38%나 급감했다.  
 
형지엘리트 본업 회복에도 웃지 못하네, 최준호 실적 갉아먹는 구두사업에 허리 휜다

▲ 형지엘리트가 학생복, 유니폼, 스포츠, 워크웨어 등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점점 회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형지엘리트 윌비워크웨어 'A+A 2025' 부스 시안 이미지. <형지엘리트>


이런 흐름 속에서 형지에스콰이아는 온라인과 글로벌 이커머스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줌, 쇼피, 큐텐재팬, 이베이 등 주요 해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다만 형지엘리트의 연결 재무제표 관점에서는 형지에스콰이아가 당장 가시적 성과보다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 트렌드가 운동화·스니커즈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상황에서 전통 구두에 기반한 에스콰이아의 반등은 쉽지 않다.

형지엘리트 본업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교복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환경에서 본업이 쌓아올린 실적이 관계사 손실로 상쇄된다면 재무 체력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에스콰이아의 지분 99.29%를 인수해 형지엘리트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인수금액은 총 670억 원으로, 유상증자 370억 원과 회사채 인수 300억 원으로 구성됐다. 본업 외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제화 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지면서 형지에스콰이아의 실적은 좀처럼 살아남지 못했다. 실적 부진은 곧바로 형지엘리트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형지엘리트의 부채비율은 2014년 31%에서 2015년 106.2%, 2016년에는 199.9%까지 급등했다.

결국 형지엘리트는 2022년 형지에스콰이아의 지분 51%를 패션그룹형지에 넘겼다. 투자 회수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분 매각 이후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형지엘리트의 경영 영향력은 예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형지에스콰이아의 최대주주는 패션그룹형지로 지분 51.12%를 보유하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48.16%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위치해 있다.

일각에서는 최준호 부회장이 본업 회복 흐름을 확실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형지에스콰이아에 대한 투자 처리 방안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션그룹형지와의 지분 관계 변화나 사업부 매각,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관계사의 가치 하락이 반복될 경우 본업 개선 성과까지 희석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지분법 손익 구조상 투자자 신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신사업 관련 선제적 투자 효과로 스포츠 상품화 부문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생복과 스포츠 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으로서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