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거론하며 쿠팡을 쓰지 않겠다는 이른바 '탈팡(쿠팡 탈퇴)', 혹은 '갈팡(쿠팡 갈아타기)'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연합뉴스>
쿠팡이 2022년 2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으로 유지해온 활성사용자 수 증가 흐름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쿠팡을 탈퇴했거나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 SNS에는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쿠팡의 슬로건을 뒤집은 ‘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 등 모든 가족도 동시에 쿠팡 회원을 해지했다고 인증하는 글뿐 아니라 쿠팡을 대신해 쓸 수 있는 네이버쇼핑과 G마켓, SSG닷컴, 컬리 등 경쟁 플랫폼 사용법을 공유하는 글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월 구독료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벌어졌던 이른바 ‘탈팡’, 혹은 ‘갈팡’ 움직임이 약 1년8개월 만에 다시 불거진 셈이다.
이번 사태의 규모가 국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쿠팡을 향한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한 이들이 대거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월 말 SK텔레콤에서 해킹에 따른 유심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사태 이후 두 달 동안 SK텔레콤을 순이탈한 가입자 수는 65만 명이었는데 이는 해킹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3달과 비교해 평균 이탈자가 약 2배 늘어난 것이다.
쿠팡은 SK텔레콤에서 유출된 것보다 50% 많은 약 3400만 명의 고객정보가 털린 상황이라 SK텔레콤 사태 때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이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3년 넘게 활성사용자 수를 꾸준히 늘려왔던 쿠팡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한 꼴이나 다름없다.
쿠팡이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만 해도 활성사용자 수는 1604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 3분기 말 기준으로 2470만 명을 기록했다. 약 4년 반 만에 고객 수를 50% 이상 확대한 것이다.
흐름만 보면 상장 이후 2개 분기만 빼고 2022년 2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으로 활성사용자 수가 지속 상승했던 것인데 이런 추세가 깨질 위기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쿠팡Inc(쿠팡 모회사) 주가는 5% 넘게 하락하며 5거래일 연속 이어가던 상승 흐름을 멈췄다.
하지만 과거 쿠팡이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월 가입비를 대폭 인상했을 때 오히려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용자 이탈 행렬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2024년 4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가량 올리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났다. 인상 폭이 지나치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이를 놓고 주요 거래폼을 바꾸겠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쿠팡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활성사용자 수는 2024년 2분기 2170만 명에서 3분기 2250만 명, 4분기 2280만 명까지 증가했다.
2024년 6월 불거진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 이후 소위 ‘자금력을 갖춘 플랫폼’이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일정 부분 수혜를 받은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쿠팡뿐만 아니라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묶는 이른바 ‘쿠팡유니버스’라는 존재 탓에 이용자들이 쉽게 이탈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멤버십 가격이 비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만큼 대체제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을 벗어나고 싶다는 민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이 주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쿠팡에서) 못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며 “쿠팡이츠만 해도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에 이은 2위로 치고 올라온 상황이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쿠팡에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온라인에서 제법 많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쿠팡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경쟁 플랫폼을 사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 쿠팡이 앱(애플리케이션)에 올린 사과문 일부. <쿠팡>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바로 빠른배송과 새벽배송이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쿠팡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신을 초등학생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엄마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속은 상하지만 비밀번호만 바꾸고 계속 쓰고 있다”며 “다음날 준비물을 급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 문방구를 갈 형편이 안 된다면 남는 선택지는 쿠팡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멤버십 회원이라면 급한 일이 있을 때, 나가 사는 애들, 시골 사는 언니네에 물건 보내줘야 할 때 한 개만 구매해도 무료로 배송해줘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며 “시골 구석구석까지도 쿠팡은 다 가니까 너무 좋다. 난 계속 쿠팡을 쓰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쿠팡의 서비스를 해지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실질적으로 적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뿐 아니라 롯데카드, 쿠팡 등 대한민국 이곳저곳에서 이미 내 개인정보는 다 털렸다”며 “이 사태로 쿠팡을 탈퇴해서 얻는 것이라고는 불편함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3사 통신사 다 털려도 다들 핸드폰 쓰고, 롯데카드 털려도 쓰는 사람 많고, 넷마블 털려도 게임하고 파파존스 털려도 피자 시켜 먹는다”며 “나라를 뜯어고쳐야지 해결된 문제라고 보고 각자 좋고 편한 플랫폼 쓰는 게 답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국 쿠팡이 내놓을 피해 보상안의 규모에 따라 고객 이탈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역시 유심정보 해킹 사태 이후 순이탈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위약금 면제와 통신비 지원, 추가 데이터 혜택 제공 등의 보상안을 대규모로 내놓으면서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파악된다.
4월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40%가 넘었지만 5월 39.31%로 급락한 데 이어 6월 39.00%, 7월 38.85%로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8월에는 오히려 점유율이 38.92%로 살짝 상승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