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공지능 전략 총괄하던 수장 교체, AI 경쟁력 재건 위해 '환골탈태' 추진

▲ 애플에서 7년 가까이 인공지능(AI) 관련 분야를 총괄하던 고위 임원이 물러나고 새 수장이 오른다.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상용화 속도가 경쟁사 대비 뒤처졌던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애플의 다양한 기기에서 구동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인공지능(AI) 기술 연구개발 및 사업 전략을 총괄하던 고위 임원이 물러난다. 관련 서비스의 출시 일정 지연과 성과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애플은 인공지능 담당 조직을 대폭 개편하며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각) 애플은 존 지아난드레아 애플 머신러닝 및 AI 담당 수석부사장이 물러나 내년 초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8년 구글에서 애플로 이직한 뒤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머신러닝 연구, AI 인프라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핵심 사업을 모두 총괄해 왔다.

다만 애플은 지아난드레아 체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관련 서비스 출시에 고전해 왔다.

자체 인공지능 모델 성능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크게 뒤처졌고 아이폰 등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플랫폼 ‘시리’에 이를 적용하는 시기도 예정보다 미뤄졌다.

블룸버그는 “오픈AI의 챗GPT가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의 대명사가 된 지 2년이 지나서야 애플은 해당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애플의 기술은 전반적으로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이 애플에서 물러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애플은 인공지능 수장 교체를 계기로 대대적 조직 개편도 실시한다. 기존에 그가 총괄하던 AI 사업팀을 여러 갈래로 분할해 조직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이날 애플은 아마르 수브라마냐 인공지능 부사장을 새로 선임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사실상 이번에 물러난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의 후임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수브라마냐는 구글 ‘제미나이’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 AI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애플이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선두로 꼽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두 거친 전문가를 선임해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리더십 변화는 애플이 가능한 것의 경계를 계속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룸버그는 애플이 지난 몇 달에 걸쳐 꾸준히 인공지능 관련 인재 유출을 겪으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다수의 애플 인공지능 담당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 메타 등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는데 새로운 수장을 선임하는 것만으로는 단기간에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최근 시리 플랫폼에 자체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늦추고 구글의 AI 모델을 도입해 사용료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악화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7년 가까이 애플 인공지능 전략을 이끌던 수장이 교체되며 앞날을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애플은 챗GPT가 등장한 이후의 세상에서 설 자리를 찾기 위해 또 한 번의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