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은 10월23일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고 경영 전반에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I가 개발효율 측면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고용 불안정이, 외부에서는 AI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의 41.7%가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음악·방송·웹툰 등 타 콘텐츠 업종 평균(20%)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대규모 자원 투입이 필요한 게임 개발 특성상 AI 기반 자동화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머지않아 거의 모든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가 관여하게 될 것”이라며 “AI 사용 여부를 라벨처럼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게임 제작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도 일본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실상 모든 게임사가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같은 기술을 누구나 쓰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할 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의 속도와 이용자 수용성 사이에서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AI의 전면적 도입을 공식 선언한 크래프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AI 연구조직과 GPU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이어 지난달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ERP) 도입과 조직 개편이 이어지면서 내부에서는 고용에 대한 불안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효율화가 진행되는 점을 두고 “AI 중심 개발 체계로의 재편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크래프톤이 올해 인수한 ‘라스트 에포크’ 개발사 일레븐스아워 게임즈는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크래프톤의 AI 퍼스트 정책이 우리 개발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개발 철학은 변하지 않는다. 항상 하던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넥슨의 신작 아크레이더스도 게임 개발 내 AI 활용을 두고 업계에서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넥슨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도 제작 과정에서 AI 음성 합성(Text-to-Speech)을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이후 많은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성우 녹음이 아닌 AI 음성을 활용했다는 점을 들어 비판했다.
해외 매체 유로게이머는 “기계적으로 들리는 음성이 감정 표현을 약화시키고 몰입을 방해한다”며 5점 만점 중 2점을 주는 등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국내 출시된 일부 신작들 역시 이용자들에 의해 AI 일러스트 사용 의혹에 휘말리며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캐릭터의 매력, 일러스트, 스토리의 완성도가 팬덤 형성과 직결되는 일부 장르에서는 사전 고지 없이 창작물이 AI로 생성됐다는 이용자 기만 논란으로 확산되기 쉽다.
업계에서는 AI 도입이 더 빠르게 확산될수록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간 과정에 자주 활용되는 등 AI 도입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문제는 이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이용자의 체감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