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년 만의 직선제’로 선출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뇌물수수 의혹’이라는 리스크를 맞닥뜨렸다. <그래픽 씨저널>
강호동 회장이 받는 혐의는 지난해 선거 직전 1억 원의 대가성 현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관련 의혹은 경찰이 10월15일 농협중앙회 내 강호동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퍼졌다.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 대표가 강호동 회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쟁점은 해당 자금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운동에 사용됐는지 여부다. 경찰 수사도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 ‘간선제→직선제’로, 선거제도 개편에도 이어지는 농협중앙회장 비리
이번 의혹은 강호동 회장이 17년 만에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이라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농협중앙회의 회장 선거 방식은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임명제(1961)→직선제(1988)→간선제(2009)→직선제(2021)’로 바뀌어 왔다.
강호동 회장은 마지막 직선제 중앙회장 선거였던 2007년 이후 다시 처음으로 직선제로 선출된 중앙회장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직선제는 간선제보다 민주적이고 조합원 의사를 좀더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직선제 개편 당시 농협 안팎에서는 직선제 선출이 농협 지배구조의 민주화와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직선제 개편이 농협중앙회 선거의 고질적 병폐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6명 중 4명이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 가운데 3명은 직선제 출신이다.
◆ 조합장부터 회장까지, 농협중앙회 선거 시스템 전체 투명성 문제 제기될 수도
강호동 회장의 뇌물수수 의혹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선거 비리 수사로 사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농협중앙회 전반의 선거 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다. 조합장 1111명이 표를 행사하는 형태다. 이중 3천 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이뤄진 대규모 조합인 경우에는 조합장이 2표를 행사한다.
각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의 뿌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조합장 단위에서 선거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 조합장 선거법 위반 사례가 4078명이고 이 중에서 60%가 기소됐다”며 “조합장 선거가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가 아니라 '돈 선거'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충기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이 2023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당선 이후 조합원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점도 국감에서 지적됐다.
국감에서 강호동 회장에게 쏟아진 질타도 단순 선거제도 개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농협중앙회장뿐 아니라 지역농협 조합장 비리 문제를 꼬집으며 농협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감사위원회, 인사위원회 등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농협이 비리백화점이 된 것은 내부통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 개편 요구 있을 때마다 선택지 달리한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은 1988년까지 임명제였다. 하지만 당시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요구가 높아지면서 농협의 정부 주도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그해 말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이 개정됨에 따라 1990년 4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처음 직선제로 치러졌다.
이후 2009년 농협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바뀌었는데, 직선제가 선거를 과열시키고 금권선거를 부추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2대부터 24대 회장인 최원병, 김병원, 이성희 전 회장이 간선제 출신이다.
2021년에는 농협법이 또다시 개정되며 회장 선출 방식이 재차 직선제로 전환됐다. 이성희 전 회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직선제 전환은 당시 농업계의 전반적 공감을 얻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