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엔비디아 AI 반도체로 신경전 지속, 젠슨 황의 '경고' 실현되나

▲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관계 회복 조짐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강화를 추진하며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도 대중국 기술 규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데이터서버용 GPU 제품 홍보용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갈등을 다소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기술 규제와 관련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결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의존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경고’가 이를 계기로 현실화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국가 자본이 투입된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만 탑재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중국 당국은 이미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도 수입 반도체를 제거하거나 구매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명령을 전했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역대 가장 강경한 조치 가운데 하나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반도체 및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두 국가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 및 인터뷰에서 중국에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시리즈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랙웰 공급 논의를 추진하려 했으나 미국 참모진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도 나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관세 인하와 희토류 수출 통제조치 완화 등 내용에 합의했고 이를 순차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하며 관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두 국가가 여전히 서로에 적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외신 보도에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나 AMD 등 미국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기업의 반도체로 충분히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현지에서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수입산 인공지능 반도체 활용을 금지한 것도 이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이를 계기로 현지에서 개발 및 생산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화웨이나 SMIC 등 관련 기업의 실적과 사업 경험이 늘어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중국 엔비디아 AI 반도체로 신경전 지속, 젠슨 황의 '경고' 실현되나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0월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는 “중국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자국산 제품으로만 구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기술도 공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3년에도 미국 마이크론 메모리반도체를 자국 내 핵심 인프라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이는 CXMT 등 현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미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수입 규제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전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5년 안에 자급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대규모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막대한 기술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늘리며 성장해 왔는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결국 젠슨 황 CEO의 경고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얕잡아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화웨이와 같은 기업은 반도체 등 분야에서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은 미국이 지금처럼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규제한다면 화웨이 등 현지 기업이 이를 대체하면서 미국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가 결국 ‘자충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 반도체 규제에 맞서기보다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중국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일부 제품은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지만 개발자들이 이를 선호하지 않아 실제 시장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술이 아직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는 만큼 이는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 체계 안정화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도 중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