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연구진 "'태양 지구공학' 악용 가능성 크다, 기후위기 해결책 될 수 없어"

▲ 자메이카 웨스트모어랜드 일대 주택들이 5일(현지시각) 허리케인 멜리사 영향에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조절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 다른 재난 위험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 기후위기 해결책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리딩대학 연구진은 최근 악의적인 세력이 '태양 지구공학' 기술을 사용한다면 특정 지역에 재난 위험성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4일(현지시각) 가디언이 보도했다.

태양 지구공학이란 우주에 빛 차양막을 설치하거나 대기권에 반사물질을을 살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열을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학계 일각에서는 태양 지구공학이 온실가스 배출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하고 있는 현 상태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딩대 연구진은 가디언을 통해 "지구공학은 기후위기 징후를 가리는 것에 그칠 뿐"이라며 "근본적 원인인 화석연료 연소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 지구공학 기술을 북반구 일부 지역에만 편중해 적용한다면 북대서양 일대의 허리케인 위력이 증가하고 아마존 열대우림 고사가 가속화되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는 심각한 가뭄에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태양 지구공학 실행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서구권 국가들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스 샤인 리딩대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것은 지구공학이 안전한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은 기술이 가져올 위험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은 기후변화 위험보다 크다고 여겨지는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내놓은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책 결정권자들이 지구공학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조율된 국제적 합의를 통해 전지구적 냉각을 달성해 특정 지역에 기후 악영향이 편중되는 것을 막는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보고서를 접한 영국 왕립학회는 리딩대 연구진이 가정한 상황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짐 헤이우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은 가디언을 통해 "특정 주체가 특정 지역의 기온만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 이익에 부합하다고 생각해 이런 짓을 저지를 것이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은 지구공학 기술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올해 4월만 해도 영국 고등연구발명청(ARIA)이 약 5천만 파운드(약 7천억 원) 규모의 지구공학 실증 프로그램을 개시한 바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