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합병 이후에도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홍철 대표는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업황 침체와 인건비 부담 속 반등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실적 반등에 실패할 경우 유임도 불투명하다.
20일 코리아세븐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미니스톱과의 합병 이후 외형과 내실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2조3866억 원, 영업손실 42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1% 후퇴했다. 적자 규모는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실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매출 5조2975억 원, 영업손실 844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6.3% 줄은 데다 영업손실은 오히려 200억 원 이상 늘었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4월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업계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목표는 CU·GS25와의 점포 수 격차를 좁히고 편의점 업계 ‘빅3’ 구도를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효과는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통합 비용, 점포 리뉴얼, 인력 흡수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시장점유율마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코리아세븐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27%에서 2023년 24%, 2024년에는 22%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합병 이후 외형 확장보다 빠르게 실적과 영향력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예정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 대표가 유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시행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미니스톱 합병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한 차례 더 기회를 부여받았다. 다만 이후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내부에서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이다.
김 대표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올해 하반기 실적이 사실상 거취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븐일레븐은 올 상반기까지 매출 역성장과 적자를 이어가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황 자체도 녹록지 않다. 국내 편의점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20년 4만7751개에서 2023년 5만4875개까지 늘었지만, 2024년 들어 5만4856개로 소폭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출점 경쟁이 정체되면서 외형보다 점포당 수익성과 효율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김 대표는 외형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 10월에는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본사도 기존 종로구에서 임대료가 더 저렴한 강동구로 이전했다. 고정비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해 수익 구조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구조조정 중심의 대응이 단기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적 반등이 없는 상황에서 연속된 인력 감축과 비용 삭감만으로는 경영성과를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

▲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사진)가 실적 반등에 실패하며 유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수익성 부진은 손익계산서상의 적자를 넘어 재무 전반의 체력 저하로 번지고 있다.
영업손실이 장기화되면서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은 줄었고 그 여파는 재무안정성 지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리아세븐의 부채비율은 429.6%로 통상적인 경영 안정성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높은 부채비율은 외부 자금 조달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지고 은행권과의 여신 약정도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차입의 만기 연장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코리아세븐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조짐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코리아세븐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1100억 원 규모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전액 사라졌다. 겉으로는 단기 부채가 줄어든 모습이다. 다만 실상은 차입 여력 축소 또는 신용보강을 활용한 대체 자금조달로의 전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상반기 지급보증 규모가 981억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기존 단기차입금과 유사한 수준이다. 코리아세븐이 직접 차입 대신 외부 보증 기반의 간접 조달로 무게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김홍철 대표 역시 이러한 재무적 위기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리아세븐은 올해 상반기 992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와 더불어 신용평가 과정에서 등급 하락을 유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코리아세븐은 이미 신용등급 하향을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모두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낮춘 상태다. 유동성 확보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산업이 과도한 점포 출점에 대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통과하고 있다”며 “부진 점포 정리가 이뤄진 만큼 향후 실적 개선과 주가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