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AI 반도체 자급체제 '동맹' 구축, 엔비디아 설 자리 더 좁아진다

▲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활용에 적극 동참하며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기업의 기술에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민간 기업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잇따라 자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며 강력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이어 민간 기업들도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하며 엔비디아가 현지 시장에서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25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줄줄이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갈등에 대응해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업체의 기술에 의존을 낮추고 자급체제 구축에 힘쓰도록 자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며 중국의 이러한 정책에 가장 활발히 화답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개막한 클라우드 기술 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 반도체를 적용한 인공지능 서버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모델 학습 및 기술 발전에 활용되는 시스템이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는 닛케이아시아에 “알리바바 인공지능 개발 환경은 엔비디아 플랫폼에서 전환하기 쉽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중국이 엔비디아 H20에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가 기존에 엔비디아 H20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던 인공지능 시스템을 자체 설계 반도체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에서 알리바바는 직접 개발한 최신 인공지능 모델도 공개하며 미국 오픈AI를 비롯한 경쟁 기업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1위 IT업체 텐센트도 닛케이아시아에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활용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용 클라우드를 비롯한 주요 사업에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해 엔비디아 기술을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 빅테크 AI 반도체 자급체제 '동맹' 구축, 엔비디아 설 자리 더 좁아진다

▲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이미지.

엔비디아는 한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중국 고객사들에 주력 제품보다 성능을 크게 낮춘 인공지능 반도체만 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 IT기업들은 엔비디아 기술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H20 수준 성능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마저 금지되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과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이러한 규제를 해제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를 자제하도록 압박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알리바바가 이번에 공개한 자체 인공지능 모델 및 반도체는 결국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반향을 반영해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텐센트 역시 화웨이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며 중국 빅테크 기업들 사이 인공지능 기술 자급체제 구축에 강력한 동맹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행사를 통해 2028년까지 모두 4종의 새 인공지능 반도체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르면 내년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활용한 제품 라인업을 출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HBM은 현재 미국 규제로 중국에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다. 해당 기술마저도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양산 체계를 갖춰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화웨이가 이처럼 제품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국 내 대형 IT 고객사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중국이 여전히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제약을 안고 있다는 것은 큰 약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 규제로 고사양 장비를 수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SMIC를 비롯한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성 향상은 아직 제한적”이라며 이는 중국 반도체 업계 전반에 여전히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