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직접판매제도(직판제) 도입을 놓고 딜러사 노조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직판제가 도입되면 판매 가격이 투명해지고, 딜러사 재고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딜러사 노조는 직판제가 시행되면 딜러사 체제가 붕괴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판제 도입 놓고 '벤츠코리아 vs 딜러사 노조' 갈등 고조, 딜러사 대규모 구조조정 현실화하나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딜러사 노조들이 직접판매제도 도입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딜러사들 노조 측은 벤츠코리아가 내년 직판제를 도입하면 딜러사 임직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2분기부터 직판제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노조가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벤츠코리아가 기존 딜러사 체제 대신 직판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직판제를 도입하면 차량을 정찰제로 팔 수 있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딜러사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벤츠코리아 입장에서는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가 직판제를 통한 가격 정찰제를 반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벤츠코리아에서 가격 정찰제로 판매하는 것보다 딜러사들이 적용해주는 할인을 받고 차량을 구매하는 게 더 이익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직판제는 벤츠코리아가 딜러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 직접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벤츠코리아가 독일 본사에서 수입한 차량을 딜러사에 팔고, 딜러사가 소비자에 최종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직판제가 시행되면 벤츠코리아가 차량 재고를 관리하면서 가격까지 직접 결정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게 된다.

벤츠코리아는 딜러사들의 할인 경쟁이 사라져 가격이 투명해지고, 판매 가격을 직접 정함으로써 차량을 제값을 받고 팔아 중고차 가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재고 관리를 벤츠코리아가 하게 되면서 딜러사 재고 관리 비용 등이 사라져 재무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딜러사 노조는 직판제를 도입하면 딜러사 수익이 줄어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딜러사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딜러사는 차량 1대를 판매할 때마다 매매차익과 벤츠코리아 인센티브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제조사 직판제 중개 수수료율은 보통 4~6%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딜러사가 판매할 때 얻는 마진보다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딜러사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직판체제 도입에 따른 딜러사 인력 구조조정 문제다. 직판제가 시행되면 딜러사는 판매대리점에서 판매중개자로 역할이 바뀐다. 방문객에 차량 설명과 시승 지원, 인도 업무 등만을 하게 된다.
 
직판제 도입 놓고 '벤츠코리아 vs 딜러사 노조' 갈등 고조, 딜러사 대규모 구조조정 현실화하나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방배 서비스센터 전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은 직판제가 시행돼도 딜러사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딜러사 노조는 직판제가 시행되고,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전환되면 딜러가 이전만큼 필요하지 않게 돼 딜러사의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직판제 시행 이후 딜러당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에서는 혼다가 직판제를 도입하면서 일방적으로 딜러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다.

딜러사 노조는 이런 사례를 들어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벤츠코리아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지난 2월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재고 부담 경감에 대해서도 재고를 벤츠코리아가 관리하더라도 팔리지 않는 차량은 결국 딜러에 할당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직판제를 도입해도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딜러사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직판제 도입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딜러사들과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은 이미 지난 4월 “내년 2분기 시행을 목표로 직판제를 준비 중”이라며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딜러사 노조와 벤츠코리아가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벤츠코리아는 딜러사 노조와 직접 교섭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는 공식 딜러사 직원들의 근로 조건을 결정하거나 관리하는 데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며 “법률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 정의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같은 입장은 직판제가 도입되더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직판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벤츠코리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할인 없이 판매하는 벤츠 차량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살 것인지 의문이고, 판매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벤츠코리아가 해온 행동을 보면 할인 없이는 사고 싶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온라인 정찰제를 시행 중인 테슬라를 따라가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판매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본다”며 “(직판제로) 마진을 높여 판매량이 줄더라도 영업이익은 더 좋아지는 걸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