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D-1, 윤상현 압도적 지분 앞세워 그룹 '왕좌' 오르나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왼쪽)이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최대 관심사는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해당 안건은 콜마그룹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시선은 윤상현 부회장에게 쏠려 있다.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경우 그룹 내 지배 구도가 윤 부회장을 정점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이사 선임 안건은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 안건이다. 출석 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찬성하면 통과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앞서 해당 안건이 정관상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해당한다며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 의결정족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대전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결과는 이미 윤 부회장 쪽으로 기울어 있다.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어 표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와 윤동한 회장 측 합산 지분은 8.89%에 불과해 수적 열세가 뚜렷하다. 최근에는 윤동한 회장 부인 김성애 씨와 윤여원 대표 남편 이현수 씨 등이 추가로 지분을 매수했으나 각각 0.05%, 0.01%에 불과하다. 이를 모두 합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각종 가처분을 잇달아 기각하고 주주명부 열람을 인용하면서 윤 부회장이 밀어붙여온 사내이사 교체 ‘쇄신안’에도 탄력이 붙었다.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윤상현 부회장 측의 경영권 장악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콜마비앤에이치도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여원 대표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1천 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화장품 선물 세트와 함께 윤 대표 명의의 안내장을 전달했다.

주주총회에서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흔한 관행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시점과 맞물리며 “주주 마음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뒷말도 적지 않다.

윤 대표는 안내장에서 “회사와 관련해 주주님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고 주주들의 염려와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한다”며 “감사의 뜻을 담아 준비한 작은 선물이니 기쁘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총회를 계기로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그룹 지배 정점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윤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를 통해 윤 부회장 → 콜마홀딩스 → 한국콜마·콜마비앤에이치 →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체제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지배 구조가 확실해지면 경영 혁신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전략 개편과 인력 쇄신, 바이오·생명과학 등 신사업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과 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다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재편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D-1, 윤상현 압도적 지분 앞세워 그룹 '왕좌' 오르나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청구소송의 결과에 따라 향후 경영권의 행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실적 부진은 이러한 변화 요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0년 17.8%에서 2024년 5.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가도 7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추락하며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콜마홀딩스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과 미래사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다만 콜마홀딩스 입장에서도 갈등을 오래 끌고 갈 여유는 없다. 

콜마그룹 내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오너 리스크’가 시장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가족 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은 사업 성장성보다 지분 다툼에 쏠리게 된다. 

결국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윤 부회장 역시 아버지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윤동한 회장을 따로 만나 독대하는 한편, 공식 석상에서는 “빠르게 갈등을 풀겠다”는 메시지를 자주 내놓으며 봉합 의지를 강조해왔다.

물론 윤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더라도 경영권 구도가 곧바로 굳어질지는 미지수다. 바로 한 가지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10월23일로 예정되어 있다. 법원이 윤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무상증자 반영 시 460만 주), 지분 12.82%를 되찾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18.93%로 줄고, 윤 회장은 18.41%로 올라서며 힘의 균형이 다시 맞춰진다. 윤 부회장이 쥔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콜마그룹 내 갈등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진입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윤여원 대표와 윤동한 회장은 이를 승계 약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18년 경영 합의에서 윤 부회장은 지주사·화장품·의약품을, 윤 대표는 건강기능식품을 맡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내일이 주주총회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