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이사(사진)가 코스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핑크퐁컴퍼니>
23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더핑크퐁컴퍼니는 전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닥 상장 작업을 본격화했다.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19일 통과한 뒤 연내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의 사업 성장성에 회의적 의견이 존재한다. 1분기 기준 국내 합계출산율은 0.82명 수준으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74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74.2%인 점을 들며 글로벌 시장 확장성으로 위험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유사 기업인 ‘캐치! 티니핑’ 제작사 SAMG엔터의 연결기준 매출 1164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21.8%이었다.
이번 기업공개에서 예상되는 더핑크퐁컴퍼니의 시가총액은 4592억~5453억 원이다. 앞서 202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SAMG엔터의 현재 시가총액은 5천억 원을 조금 웃돈다. 두 회사의 매출 규모가 비슷한 가운데 해외시장 실적은 더핑크퐁컴퍼니가 앞선다는 점에서 공모가 설정이 무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2021년 시리즈B 단계 투자 유치 당시 조 단위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높이를 크게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희망 공모가는 3만2천~3만8천 원으로 2022년 3월 직원들에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격 4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김민석 대표가 눈을 낮춘 이유는 더핑크퐁컴퍼니가 안정적 매출 성장 곡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1169억 원, 2023년 878억 원, 2024년 974억 원, 2025년 반기 45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은 2022년 40.7%, 2023년 -24.9%, 2024년 10.8%, 2025년 반기 연환산 기준 –7.2%이었다.
더핑크퐁컴퍼니 측은 “2022년 매출 성장을 견인했던 중화권의 MD(기획상품) 판매 매출이 2023년 급감하면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으나 2024년 콘텐츠 매출 증가로 매출이 다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 등 주요 IP(지적재산권)에 매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점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를 의식한 듯 더핑크퐁컴퍼니는 기업공개로 유입된 자금으로 IP 다각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 더핑크퐁컴퍼니가 ‘핑크퐁’과 ‘아기상어’ 등 주요 IP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위험으로 꼽힌다. <더핑크퐁컴퍼니>
더핑크퐁컴퍼니는 공모 수입금 약 613억 원 가운데 337억 원을 신규 IP 개발에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강점을 가진 2~4세 영유아 타깃 신규 IP 개발 및 제작에 100억 원, 신규로 공략할 3세 이상 유아동용 신규 IP 개발 및 제작에 170억 원 등이다.
2028년까지 공개 예정된 더핑크퐁컴퍼니의 신규 IP는 3개다. 올해 11월 선보이는 2~4세 타깃 유튜브형 숏폼 애니메이션과 2027년 2월 예정된 3~5세 여아 타깃 장편 애니메이션, 2027~2028년 공개를 목표로 하는 6~8세 여아 타깃 장편 애니메이션 등이다.
더불어 더핑크퐁컴퍼니는 콘텐츠 제작용 생성형 AI(인공지능) 개발과 IP를 활용한 글로벌 공간 사업 전개 등에 공모 자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핑크퐁컴퍼니가 현재 해외에서 불고 있는 K콘텐츠 붐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입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라며 “영유아는 K콘텐츠의 핵심 소비층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핑크퐁컴퍼니가 해외에서 사세를 넓히기 위해서는 K콘텐츠의 후광 없이 독자적 길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