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태광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추진하는 애경산업 인수가 ‘소액주주 권익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애경산업 소액주주들은 오랜 기간 주가하락에 손실이 누적된 가운데 대주주만 이득을 보는 이번 거래에 소액주주들이 배제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수 주체인 태광산업의 소액주주들도 주주환원에 쓰여야 할 자사주가 인수자금 동원을 위한 교환사채(EB) 발행에 쓰인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 '주주권익 침해' 논란, 유태호 자사주 EB로 인수 성공할까

▲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가 '소액주주 권익'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태광산업 측이 자사주 기반 EB 발행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3200억 원 규모의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가 이같은 소액주주 반발을 딛고 애경산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2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를 두고 주주권익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태광산업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섬유의 업황 악화에 대응해 화장품·부동산·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진출을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2026년까지 1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부진 사업 정리와 예비운영자금을 감안해, 자사주 24.51%를 활용해 약 3200억 원 규모의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4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이 제기한 EB 발행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해당 채권 발행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트러스톤 측이 재항고하면서 일단 멈춘 상태다.

또 경제개혁연대와 한국거버넌스포럼 등의 시민단체들이 애경산업 인수 과정에서 오너 사익편취, 주주권익 침해 주장을 제기하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태광산업이 단독으로 애경산업 인수에 나서지 않고 사모펀드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를 컨소시엄을 이룬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을 회피해 오너일가에 투자수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른바 사익편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티투PE의 지분구조는 △태광산업 41% △티시스 41%, 태광그룹 오너 3세인 △이현준 9% △이한나 9% 등이다. 

오너일가의 지분율 18%는 명목상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정 적용 기준 20%를 밑돌지만,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또다른 회사 티시스를 통해서도 오너일가로 ‘승계용 자금’이 흘러간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 주장이다. 

티시스의 지분율은 △태광산업 46.33% △대한화섬 31.55% △이현준 11.3%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4.23% 등으로 이 회장의 아들인 이현준씨 지분율이 이 회장보다 높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향후 티투PE가 태광그룹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기업인수·합병을 수행하면서, 그에 따른 성과보수 등 수익을 챙겨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대 측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컨소시엄 지분구성 △티투PE가 인수에 참여하는 이유 △티투PE의 성과수익 배분 △향후 티투PE 자금에 오너일가 등의 출자 여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경제개혁연대 주장에 대해 “별도 입장은 없다”며 “티투PE가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성과보수 수익을 취하려고 한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가 애경산업 대주주 배만 불리는 거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애경산업이 매각을 위해 내놓은 주식 63%의 가격은 4000억 원 후반대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략 1주당 2만6917원이다. 23일 종가 1만4930원 기준 80.3%의 프리미엄이 적용된 가격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인수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애경산업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고, 소액주주는 기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아직 피해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익침해의 가능성과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 '주주권익 침해' 논란, 유태호 자사주 EB로 인수 성공할까

▲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 EB 발행 절차를 밟고 있으나, 태광산업 주주인 트러스톤 측의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이후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애경산업 소액 주주들은 지속된 주가하락으로 손실이 누적된 반면 대주주의 잇속만 챙기는 이번 매각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애경산업 주가는 2024년 5월31일 2만52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했다.

이는 인수 측인 태광산업의 소액주주들도 마찬가지다. 태광산업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을 앞두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사주 24.51%를 기반으로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소액주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태광산업 주가는 자사주 처분을 발표한 7월2일 종가 103만2천 원에서 9월23일 14.4% 하락했다. 애경산업 주가는 태광산업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진 9월8일 1만6220원에서 9월23일 1만4930원으로 7.9% 하락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EB 발행 재추진 시점과 관련해 “(발행 재개시점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