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특검 수사가 종교계 인사들로 확산되며 국민의힘을 둘러싼 '정치와 종교 유착'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1970~80년대 정경유착이 극심했던 것을 떠올리며 보수 정치권이 종교계와 유착하는 '정교유착'이 새롭게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총재는 특검의 세 차례 소환 통보 끝에 이날 처음으로 출석했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씨(구속)를 통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사고 있다. 앞서 권성동 의원은 전날인 16일 한 총재 쪽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제21대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됐다.
순직 해병 특검도 이날 극동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장환 목사에 대한 3차 소환 통보를 보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날도 불응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원로인 김 목사는 순직 해병 특검에게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망이 기독교계 인사들로 확대되면서 국민의힘과 종교계 사이 유착 관계의 일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순직 해병 특검 수사망에 포착된 김 목사는 대통령실,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과 수없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3일 MBC가 공개한 김 목사 통화 기록을 보면 그는 채 상병이 사망한 2023년 7월19일부터 9월 말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경호처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 거의 전부와 막역한 사이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김 목사는 또한 국민의힘에도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기간에 윤재옥 원내대표, 이채익 이철규 나경원 태영호 의원과 통화를 나눴다. 당 중진과 지도부 전체에 줄이 닿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김목사는 문무일 검찰총장, 윤희근 경찰청장과 같은 사정기관 권력자와 통화하기도 했다.
김 목사의 통화 내역은 사실상 보수정치권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보수 기독교계와 정치권의 네트워크가 거의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난 셈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국가조찬기도회도 새삼 주목을 끌었다.
1966년부터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2024년 11월22일 56회를 맞았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는 김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나경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를 통해 통일교, 신천지 등 이른바 '이단'으로 분류되는 기독교계와 물밑에서 교류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구속된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으면서 대선과 당대표 선거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통일교 쪽은 이를 통해 해외 선교활동 등에 도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정치와 종교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권 의원은 8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면서 2022년 2~3월 한 총재 거주지를 찾아가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춰"큰절을 올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국민의힘와 신천지의 유착 의혹은 다소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겪거나 들은 이야기를 폭로한 것이다.
그는 7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시장 재직시절인 2022년 8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경북 청도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며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신천지 신도 10여만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후보를 도운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하게 막아 주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지금도 그 신도들 중 상당수는 그 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신천지의 도움'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이었던 7월2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신천지의 단체 입당과 관련해선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민의힘과 종교계의 '정교 연대'는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및 내란수사 국면에서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극우 기독교계는 윤석열 탄핵 반대에 앞장섰고, 장동혁 현 당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주류인 반탄파 의원들이 대규모로 동참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일부와 '아스팔트 우파'의 일시적 연대로서 정교유착이라는 시선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 통일교, 신천지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전광훈' 연대도 여러 차원에서 진행된 정교유착의 한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금도 국민의힘과 '아스팔트 목사'의 결속은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14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구속을 규탄하기 위해 부산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손 목사 구속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닌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손 목사는 9일 지난 대선과 부산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종교 현장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야당은 '정교유착'을 두고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적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9일 서면 브리핑에서 "정치는 종교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종교는 권력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특검은 특정 종교 세력의 정치개입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신천지가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돕고 국민의힘은 신천지의 뒤를 봐줬다는 의심에 왜 답하지 못하나"라며 "통일교 역시 김건희, 권성동 의원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석천 기자
1970~80년대 정경유착이 극심했던 것을 떠올리며 보수 정치권이 종교계와 유착하는 '정교유착'이 새롭게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세 번의 소환 불응 만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총재는 특검의 세 차례 소환 통보 끝에 이날 처음으로 출석했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씨(구속)를 통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사고 있다. 앞서 권성동 의원은 전날인 16일 한 총재 쪽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제21대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됐다.
순직 해병 특검도 이날 극동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장환 목사에 대한 3차 소환 통보를 보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날도 불응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원로인 김 목사는 순직 해병 특검에게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망이 기독교계 인사들로 확대되면서 국민의힘과 종교계 사이 유착 관계의 일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순직 해병 특검 수사망에 포착된 김 목사는 대통령실,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과 수없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3일 MBC가 공개한 김 목사 통화 기록을 보면 그는 채 상병이 사망한 2023년 7월19일부터 9월 말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경호처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 거의 전부와 막역한 사이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김 목사는 또한 국민의힘에도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기간에 윤재옥 원내대표, 이채익 이철규 나경원 태영호 의원과 통화를 나눴다. 당 중진과 지도부 전체에 줄이 닿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김목사는 문무일 검찰총장, 윤희근 경찰청장과 같은 사정기관 권력자와 통화하기도 했다.
김 목사의 통화 내역은 사실상 보수정치권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보수 기독교계와 정치권의 네트워크가 거의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난 셈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국가조찬기도회도 새삼 주목을 끌었다.
1966년부터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2024년 11월22일 56회를 맞았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는 김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나경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를 통해 통일교, 신천지 등 이른바 '이단'으로 분류되는 기독교계와 물밑에서 교류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구속된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으면서 대선과 당대표 선거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통일교 쪽은 이를 통해 해외 선교활동 등에 도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정치와 종교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권 의원은 8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면서 2022년 2~3월 한 총재 거주지를 찾아가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춰"큰절을 올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의 발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와 신천지의 유착 의혹은 다소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겪거나 들은 이야기를 폭로한 것이다.
그는 7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시장 재직시절인 2022년 8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경북 청도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며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신천지 신도 10여만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후보를 도운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하게 막아 주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지금도 그 신도들 중 상당수는 그 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신천지의 도움'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이었던 7월2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신천지의 단체 입당과 관련해선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민의힘과 종교계의 '정교 연대'는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및 내란수사 국면에서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극우 기독교계는 윤석열 탄핵 반대에 앞장섰고, 장동혁 현 당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주류인 반탄파 의원들이 대규모로 동참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일부와 '아스팔트 우파'의 일시적 연대로서 정교유착이라는 시선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 통일교, 신천지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전광훈' 연대도 여러 차원에서 진행된 정교유착의 한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 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부산 첫 방문 일정으로 최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실제 지금도 국민의힘과 '아스팔트 목사'의 결속은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14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구속을 규탄하기 위해 부산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손 목사 구속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닌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손 목사는 9일 지난 대선과 부산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종교 현장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야당은 '정교유착'을 두고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적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9일 서면 브리핑에서 "정치는 종교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종교는 권력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특검은 특정 종교 세력의 정치개입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하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신천지가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돕고 국민의힘은 신천지의 뒤를 봐줬다는 의심에 왜 답하지 못하나"라며 "통일교 역시 김건희, 권성동 의원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