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가품 논란'에 플랫폼 신뢰 '흔들', 페이머스스튜디오 검수 역량 물음표

▲ 리셀 플랫폼 크림이 잇따른 ‘가품 논란’으로 검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이 잇따른 가품 논란으로 ‘검수 신뢰’ 위기에 빠졌다. 전문 인력을 앞세운 검수센터로 초창기 신뢰를 구축했지만, 최근 들어 검수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셀 시장에서 신뢰는 곧 생명이다. 크림의 검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크림의 정품 신뢰도는 점차 하락하는 추세로 파악된다.

초창기 크림은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한정판 스니커즈와 스트릿 패션에 대한 깊은 지식은 물론 실제 신발 공장과 브랜드 운영 경험까지 갖춘 김슬기 씨가 검수 소장으로 활동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문화’와 ‘커뮤니티’의 가치를 강조했고, 이 덕분에 마니아층은 크림 검수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왔다.

검수센터 운영 방식 역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검수, CT 촬영, 자외선 라이트 등 전문장비뿐만 아니라 경력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마련했다. 

2018년 ‘오프화이트×에어조던1 UNC’ 가품 논란 때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리셀 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줬다. 2022년에는 무신사 솔드아웃에서 판매된 명품 티셔츠를 가품으로 판정해 제조사까지 이를 인정하면서 공신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때 크림의 강점이던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뢰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크림의 검수 서비스 자회사 ‘페이머스스튜디오’를 이끄는 권태현 대표는 이커머스 업계 출신으로, 경영적 감각에는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패션·스니커즈 문화와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적어 정·가품 검증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문 인력에 비해 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전처럼 가품 적발 시 공지와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단순 보상 처리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크림이 전수조사와 투명한 공지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크림이 성장 과정에서 수익성에 치중한 결과, 본질적 경쟁력인 검수 전문성이 희석됐다고 비판한다. 검수팀 혜택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검수 품질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한 이용자는 크림에서 정가품 검수를 거쳐 운동화를 구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같은 제품을 다시 크림에 재판매했다. 그러나 되팔기 위해 진행한 재검수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가품 판정을 받으며 패널티가 부과됐다.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식 검수를 통과한 제품이 이후 가품으로 판정됐다는 이야기다. 크림이 처음 판매 당시 가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거나, 검수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림 '가품 논란'에 플랫폼 신뢰 '흔들', 페이머스스튜디오 검수 역량 물음표

▲ 크림에서 잇따라 가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크림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검수 인력의 구성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경험 많은 전문 검수원이 다수 포진했지만, 지금은 일반 검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 검수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페이머스스튜디오의 채용 공고를 보면 자격 요건에 ‘집중력’과 ‘책임감’ 등 다소 추상적인 조건만 명시되어 있다. 전문성보다는 단순 인력 충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눈높이 검수’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온라인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해둔 이후 동종 업계 경력이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크림 검수 특별채용 관련 문자를 받았다”며 “수십 명을 동시에 면접 본다는 안내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크림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인건비는 줄이고 수수료는 올리는 방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크림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적자를 이어왔다. 영업손실만 봐도 2021년 595억 원, 2022년 861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408억 원, 2024년 88억 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전히 손익분기점은 넘지 못한 상태다.

이에 크림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림의 판매 수수료율은 지난해 2월 기준 최대 6%까지 올랐다. 2022년 4월 처음 1%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12차례 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최대 3%가 적용되는 구매 수수료율까지 더하면, 크림이 가져가는 총 수수료율은 9%에 이른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신뢰와 서비스 품질이라는 핵심 경쟁력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싸진 수수료만큼의 가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크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리셀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핵심 이유는 ‘정품 보증’이다. 검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플랫폼 자체의 존재 가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역시 가품 논란 이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셀 플랫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나 단순 보상 체계보다 검수 시스템 확장과 투명한 소통이 우선”이라며 “신뢰가 무너진 리셀 플랫폼의 미래는 길지 않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