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아들과 딸들에게 승계 가시화, 그룹 돈 개인회사에 빌려주는 방식 '불안'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아들과 딸들에게 승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면서 후계구도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아들 우기원 에스엠하이플러스 대표에게는 그룹 지주사 지분을 실질적으로 승계하는 한편, 딸들에게는 독립적 사업영역을 맡겨 기반을 마련해주는 ‘두 갈래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 회장의 자녀들이 개인회사의 덩치를 키우고 있어 승계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는 아들에게 승계자금 조달의 통로를 마련해 주고 딸들은 각자의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발판으로 개인회사가 활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 회장이 지분을 아들 우기원 대표에게 직접 증여·상속하기보다 아들의 개인회사가 지분을 인수하는 식의 승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증여나 상속을 통하면 세금을 50%가량 내야하지만 계열사나 개인회사를 이용하면 최고 22% 수준의 법인세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오현 아들의 승계전략, ‘개인회사 몸집 키우기’로 SM그룹 승계 재원 마련

우 회장의 아들 우기원 에스엠하이플러스 대표가 개인회사 나진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면서, 승계를 염두에 둔 ‘몸집 키우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여·상속세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 비상장 개인회사를 키워 승계자금 통로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SM그룹은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SM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계열사끼리의 자금 지원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기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한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로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진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우기원 대표는 9월9일에도 나진을 통해 3억7861만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취득했다. 나진에서 취득한 부동산 자산은 올해만 191억5919만 원에 달한다.

매입자금은 SM그룹 계열사로부터의 차입으로 마련됐다. 우 대표의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담보로 경남기업에 2850억6천만 원, 에스엠자산개발에 310억 원, 삼라마이다스에 6억8900만 원을 차입했다.

이 같은 구조라면 우 대표는 자기 자금을 쓰지 않고도 SM그룹의 돈을 통해 승계 재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국내 재벌기업이 출자나 상호보증 등의 내부거래로 가공 자본을 형성하는 것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며 “사회 공정거래를 해친다는 측면에서 부당 지원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계열사 간 자금거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이뤄지도록 살피고 있다"며 "개인회사 각 사는 기존 영위하고 있는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경영계획과 목표에 따라 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우오현 딸들의 승계, SM그룹 돈으로 독자영역 구축하는 모양새

우오현 회장의 딸들도 개인회사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딸들의 행보는 독자적 영역 구축이라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직접 지주사 지분을 이전받는 대신, 개인회사 키우기에 SM그룹 자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는 형태다.

우 회장은 법적 배우자 심아무개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우연아씨, 차녀 우지영씨, 삼녀 우명아씨를 낳았다. 이들은 각각 삼라농원과 에이치엔이앤씨, 신화디앤디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자녀들 가운데 우지영 에이치엔이앤씨 대표는 내부거래를 통해 가장 많은 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지영 대표가 유일하게 결혼을 해 배우자와 자식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지영 대표의 배우자 박흥준 에스엠스틸 대표이사는 2023년 SM그룹 계열사 STX건설의 사내이사에 오른 뒤 SM그룹 경영에 발을 넓히고 있다. 

박흥준 대표는 올해 에스엠스틸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9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업데이터분석업체 CEO스코어의 조사결과 오너일가 등기임원 겸직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지영 대표가 이끄는 에이치엔이앤씨는 올해도 SM그룹 계열사 에스엠상선으로부터 498억 원을 차입했다. 

출자와 대여, 보증거래 등을 포함하면 올해만 532억 원이 넘는 자금을 SM그룹으로부터 조달받았다.

우지영 대표는 이 자금을 가지고 최근 SM그룹 계열사였던 에스엠홀딩스를 흡수합병해 회사 몸집을 키웠다.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도 운영자금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SM그룹 계열사로부터 꾸준히 현금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우연아 대표가 맡은 삼라농원은 SM그룹 계열사 우방과 에스엠하이플러스 등으로부터 지난해 1079억8천만 원을 차입한 데 이어 올해도 27억1700만 원을 빌렸다.

우명아 대표가 경영을 맡은 신화디앤디는 올해 SM그룹 계열사 에스엠중공업에게 차입금 75억4천만 원을  빌리고, 95억4900만 원가량의 부동산을 팔아넘기며 171억 원 규모의 현금자산을 마련했다. 

우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혜란 삼라마이다스 이사의 딸 우건희씨도 2021년부터 개인회사 코니스를 운영하며 SM그룹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우건희 대표가 이끄는 코니스는 올해 SM그룹 계열사 경남기업과 삼환기업, 케이엘씨에스엠 등으로부터 32억8500만 원의 자금을 빌렸다. 

우건희 대표는 8월 이 자금으로 코니스를 통해 강원도 춘천에 7억2783만 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들은 모두 개인회사를 제외하고는 SM그룹 계열사 삼환기업의 지분을 아버지 우오현 회장과 함께 나눠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 회장이 삼환기업을 활용해 세 딸에게 남은 재산을 넘겨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삼환기업은 현재 우오현 회장이 21.7%, 장녀 우연아 대표가 32.6%, 차녀 우지영씨가 21.7%, 삼녀 우명아씨가 21.7%를 들고 있다.  

이 기업은 2018년 SM생명과학이 지분 100%를 인수한 뒤 흡수합병됐다.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환기업의 지분구조는 당시 SM생명과학이 보유하던 지분 비율에서 달라지지 않은 상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자녀들이 인수합병을 비롯해 개인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SM그룹의 자금을 꾸준히 들어가고 있다”며 “직접 승계대상(우기원 대표)이 아닌 자녀들에게 재산의 할당량을 주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섣불리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삼환기업을 포함에 지분율에 변동이 있거나 계열사 사이 자금거래가 발생할 경우에는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